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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당해 봤어?

eunyongyi 2023. 10. 1. 17:36

언론인권센터 엮음.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2012년 2월 20일 초판 1쇄.

물론 언론사가 기고문의 모든 내용을 자신들이 취재하고 보도하는 기사와 같이 모두 검증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공익적이고 영향력이 큰 주제를 다루는 기고문은 신뢰성, 객관성, 전문성이 생명이다. 더욱이 기고문 등 외부 집필 원고는 속보와 같은 신속함을 요구하지 않는다. 보통 언론사들은 외부 집필자 집단을 선정해서 정기적으로 돌아가며 기고문을 받기도 하고, 충분한 시일을 두고 사회 이슈에 대해 원고 청탁을 하여 기고문을 보도한다. 그 과정에서 스크린을 하고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언론사 몫이다. 이를 제대로 했는지 여부가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에서는 이런 부분은 보이지 않는다. 과문한 탓인지, 신지호가 당시 교수였다는 사실, 당시 책자 발간에 관여해 출간 명의를 둘러싼 논란 등이 있었다는 사실 등이 상당한 이유가 되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적어도 언론사는 외부 기고문을 싣는 과정에서 기고문 내용상 명예훼손적 표현, 비방적 표현, 허위 사실 등이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에 대해 한 번쯤 스크린해야 할 의무가 있다. ‘위 기고문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르다’는 문구로 모든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더욱이 주제가 편집 방향과 다른 것일 뿐이다. 그 글의 내용이 허위 사실이면 이를 그대로 게재한 책임을 져야 한다(60, 61쪽).

사건번호. 서울중앙지방법원 2002가합59844
판결내용. 서울지방법원 제25민사부(재판장 임종윤)는 2003년 11월 12일 학교법인 상지학원이 주식회사 월간조선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이 사선 기사는 공익 목적보다는 원고를 반대하는 전 이사장 측의 일방적인 입장만을 대변해 원고를 비방하려는 의도에서 작성됐다"며 3000만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불하라고 판결했다.
사건내용. 원고는 <월간조선>이 2002년 5월호 “원주 상지대에선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나" 제하의 지사에서 직접 또는 상지대 전·현직 교수 등 제3자 말이나 보도를 인용하는 방법으로 상지대가 사회주의를 표방하거나 학생운동을 비호한 학교의 운영에 상당한 문제점이 있다는 취지의 내용을 보도하자 5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64쪽).

(1) “그렇소 우리는 사회주의요"라는 소제목하에 상지대 교지인 <상지>에 사회주의 이념적 표현이 많다는 사실, 몇몇 학생들이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으로 구속된 사실 등을 게재해 상지대가 사회주의를 표방하거나 사회주의자를 양성하고 있는 듯한 취지로 보도했다(69, 70쪽).

기사 내용들은 구 재단 김문기 전 이사장 측이 상지학원 민주화와 정상화를 반대하며 작성, 배포한 비방성 자료 등에 포함된 내용들이다. 그것도 기사 작성 몇 년 전에 문제 제기됐다가 해결된 사례들을 짜깁기 형식으로 열거하며 마치 2002년 ‘현재'에도 상지대에 엄청난 비리라도 있는 것처럼 악의적으로 기사를 작성한 것이다. 기사 내용 면면을 보면 ‘상지대는 사회주의자 양성소처럼 운영되고 있고 운동권 학생들에게 탈법적인 특혜를 제공하는 학교다'로 인식된다. 그러나 기사 내용들은 대부분 사실과 다르거나 또는 일정 팩트를 기반으로 색깔론적인 왜곡·과장을 덧붙인 것이다. 위 기사 목적은 김문기 전 이사장 복귀를 도우려는 데에도 있을 것이고 민주적인 대학 분위기가 다른 곳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으려는 것에도 있을 것이다. 특히 기사 작성 과정에서 상지대 교직원 반론을 잘 들으려 하지 않았고 그나마 반론마저도 경시해 보도한 것은 기사 애초 목적이 어디에 있었는지를 잘 보여 준다(71, 72쪽).

“이 사건 기사는 위와 같은 공익 목적보다는 원고를 반대하는 김문기 측 일방적 입장만을 대변해 원고를 비방하려는 의도에서 작성된 것으로 보이므로 ‘손해 배상 책임'이 있다(73쪽).”

첫째, 언론에게 주어진 “취재, 편집, 보도 자유”란 사실을 확인하고 공정한 논평을 할 의무와 정확히 비례하는 관계다. 따라서 사실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편파적인 논평을 하고 이로 인해 누군가의 명예를 훼손한다면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한다(91쪽).

셋째, 기사와 칼럼이라는 형식상 구분이 사실 진술과 의견 진술이라는 내용상 구분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91쪽).

칼럼이라도 허구가 아닌 이상 구체적 사실에 대한 의견을 펴야 하고 따라서 사실 확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지 않은가? 허구인 소설이나 드라마도 역사적 사실과 관련한 내용은 철저히 고증한다(93쪽).

언론의 올바른 자리매김은 사실 확인 의미에서 출발한다(94쪽).

“살피건대 일반적으로 기사가 특정인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인지 여부는 기사의 객관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가 기사를 접하는 통상 방법을 전제로 기사 전체 흐름, 사용된 어휘의 통상적인 의미, 문구 연결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그 기사가 독자에게 부여하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
“위 기사는 소위 ‘주사파'가 언론 매체에 많이 침투해 있다는 사실, KBS가 방영한 많은 프로그램이 ‘주사파’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사실, 이 사건 <다큐멘터리 극장> 내용이 북한 역사관에 기초해 만들어졌다는 사실 등을 매우 단정적인 표현 방식으로 열거한 뒤 ‘이것이 당시 이 프로를 연출했던 남성우의 자의적인 해석이었다면 그는 분명히 주사파다'라고 해 이 부분에서만 단정적인 표현을 피하고 가정적인 표현방식을 사용했으나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기사가 독자에게 부여하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판단해 보면, 위 프로그램 내용이 소위 ‘주사파' 역사 인식에 기초하고 있는 점에 비춰 위 프로를 연출한 원고는 KBS에 침투한 ‘주사파' 중 하나가 분명할 것이라는 강한 추측이나 단정을 우회해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고 봄이 상당하다(124, 125쪽).”

국가인권위도 2010년 9월쯤 “방통심의위 불법 정보 심의권 및 삭제 요구권"이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포털과 시민 사회 대표들이 함께 구성하는 민간자유심의기구에 이양할 것을 권고했다.······중략······인터넷 게시물을 심의하는 방통심의위가 행정기관이기 때문에 정부 또는 정치권력의 자의적인 간섭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또 심의 대상과 심의 기준이 불명확해 사실상 검열로 기능할 위험이 높아서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다(181쪽).

김종천. 그런 제시를 하는 언론중재위 사람들은 사건 내용을 서면과 글로 접합니다. 피해자 입장이 되어 보지 않았기 때문에 보도로 인해 안게 되는 정신적 고통이나 생활상 피해를 실감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2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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