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지음. 해냄 펴냄. 2007년 1월 30일 제4판 1쇄.
오래전 벌교에 가 봤다. 꼬막 맛 봤고. 보성과 고흥과 화순과 여수 바람 들이마신 적도 있네. 갈 때마다 <태백산맥> 독후를 우물우물 되새김했지. 머릿속 인공위성 띄워 순천‧벌교‧여수를 훑고 지리산 짚고 덕유산 내다보며 날듯. “산들이 줄기를 이루며 뻗어나가고 있었다. 그 어떤 힘으로도 무너뜨릴 수 없는 굳건함과 완강함으로 산들은 어깨동무하며 끝없이 이어져가고 있었다. 그것은 굳센 힘이었고 강한 의지의 표상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고난과 승리의 상징이었다(3권 367쪽).”
“나무를 잘랐는데, 나무는 과연 속이 텅텅 비어 있었다. 남자들은 나무 끝을 뾰족하게 깎아 창을 만들어(3권 314쪽)” 들고 나선, 사람 살 던 땅. 땅 안쪽으로 파고든 바다, 산에 닿은 들, 치맛자락 같은 산. 들고일어나 뜨겁게 끓던 그때 그 숨. 여태 제대로 매조지하지 못했지. 제 뱃속만 채운 봉건지주, 일제에 빌붙어 못된 짓 한 놈, 그놈 써 제 자리 감싼 이승만 같은 자 무릎을 제대로 꿇린 적 없으니까. 그놈들 머리 제대로 조아리게 한 적 없고. 여전히 힘 있게 일어서 올바른 말 외칠 까닭.
“내가 처음에 농민의 문제가 곧 나라의 문제라고 하지 않았나. 이 나라는 지금 가장 중대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덮어놓고 있네.……중략……미국의 세력이 작용하고, 이승만은 집권야욕으로 민족을 배반하고, 지주계급들은 자기 방어를 위해 뭉쳐지고, 서로를 위해 상호 작용을 일으켜 오늘에 이르렀네(3권 181쪽).” 2017년 사월 19일 오늘에 이르기까지. “해방이 되었다. 해방은 새 나라 건설과 함께 모든 종류의 친일파나 민족반역자들을 깨끗하게 처단한다는 뜻이었다.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 하고, 그렇게 되리라고 믿었다. 그러나…… 세상의 물결은 그 기대를 완전히 뒤엎고 말았다(3권 89쪽).” 여태. “미‧쏘에 의해 남북이 분단되면서 이변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변은 바로 이남에서 일어났습니다. 집권을 노리는 일파와 자기 방어를 필요로 하는 지주계급이 뭉쳐져 정치세력화한 것이 그것입니다. 그것은 역사의 흐름에 대한 역행이고, 사회의 기대에 대한 배반이었습니다(3권 31 ~ 32쪽).” 오늘도. “식민시대를 그리도 더럽고 치사하게 살아낸 자가 이제 또 똑같은 몸뚱어리, 똑같은 목구멍으로 무슨 행동을 하고 무슨 소리를 지껄여가며 학생들을 교육한다 할 것인가(3권 25쪽).” 이때에. “우리에게 해방은 식민지시대의 종식이 아니라 새로운 식민지시대의 개막이었습니다(2권 303쪽).” 음. “미국사람 믿지 말고 / 쏘련한테 속지 말고 / 일본놈들 일어난다 / 조선사람 조심하세(2권 292쪽)” 2017년 사월 19일 오늘에 이르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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