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ㅡ 2017년 ㅡ 칠월 경기·서울·충청엔 유달리 주말 밤과 아침에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칠월 2일(일)과 16일(일) 밤, 23일(일) 아침이었는데요. 기상청 ‘호우경보’가 잇따라 나왔죠. 경보에 따라 정부는 모두 68개 방송사업자, 다시 말해 KBS를 비롯한 지상파 4사, 종편 4사, 보도전문채널 2사, 지역 MBC 16사, 민영방송 10사, 라디오 14사, 디엠비(DMB) 18사 들에 재난방송을 요청했습니다. 시민에 미칠 수 있는 재난을 미리 막거나 피하게 하기 위해 방송해 달라는 것이었죠. 요청을 받은 방송사업자는 특별한 까닭이 없는 한 재난방송을 해야 했고, 하지 않았다면 과태료를 물 수 있습니다.
2017년 칠월 여러 주말 밤과 아침에 재난방송을 제대로 하지 못한 방송사업자에게 책임을 물으려고 2018년 오월 16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제23차 방송통신위원회가 열렸습니다. 그날 안건 보고자로 나선 김우석 방통위 재난방송관리팀장 입을 빌려 2017년 칠월 호우경보와 재난방송 흐름을 짚어 보면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이 칠월 2일 일요일 심야와 칠월 16일 일요일 심야, 그리고 칠월 23일 오전 상황”이었습니다. “칠월 2일 23시 22분에 인천광역시, 양평군에 호우경보 대치 1건이 발령됐습니다. 23시 58분에 서울, 부천, 가평, 구리, 남양주 그리고 40여분 후에 날짜가 바뀌어서 0시 42분에 의정부, 고양, 새벽 3시 50분 포천시, 4시 30분 세종, 청주, 괴산, 이렇게 비구름이 옮겨 다니면서 시간대별로 지역에 대한 호우경보 대치가 계속 발령된 상황”이었죠. “칠월 16일도 02시 43분, 03시 32분, 04시 52분, 05시 24분, 06시 31분 이렇게 계속 시간대별로 경보가 이어졌고, 칠월 23일도, 이때는 아침입니다. 아침 08시 22분, 09시 24분, 09시 49분, 10시 40분, 11시 29분, 13시 19분 등 이렇게 기상상황이 지역을 옮겨 다니면서 발령된 상황”이었답니다.
이런 경보 흐름에 따라 제때 제대로 재난방송을 하지 않은 KBS를 비롯한 11사의 44건, 재난 상황이 풀린 뒤 늦게 방송했거나 재난관리기관이 발표한 내용대로 방송하지 않은 21사 60건을 두고 방통위가 사실조사를 벌였고, 몇몇 방송사에 과태료를 물리게 됐죠. 한데 2018년 23차 방통위 흐름이 조금 별나게 흘렀습니다.
국악방송(대표 송혜진)이 12차례나 재난방송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는데요. 송혜진 사장은 “저희는 (라디오여서 재난방송) 자막처리를 하기 어려운 실정이고 전 직원이 60명 이하의 소규모 조직이어서 새벽 및 심야, 주말에는 엔지니어 한 사람이 근무한다”며 “(생방송이 아닌) 녹음방송이 있을 경우 실시간으로 재난방송을 하는 것에 한계를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때문에 “최종적으로 12건을 지적받게 됐는데 모두 다 (녹음방송을 하는 주말 밤과 새벽) 취약 시간대에 있었던 재난방송 미실시”라며 “인접 시간대에 있었던 재난방송 미실시 3건 혹은 6건을 (따로따로) 1건(씩)으로 해석해 주실 수 있도록 재고”해 달라고 요구했죠.
다시 짚어 보자면, 2017년 칠월 여러 주말 밤과 새벽에 생방송을 하지 못한 채 녹음방송을 하느라 3번이나 6번씩 내보내지 못했던 재난방송 위반 수를 따로따로 1건씩으로 줄여 달라는 것인데요. 방통위가 이 같은 요청을 들어 줄 수 있을지 헤아려 보기로 하고 의결을 미뤘습니다. 국악방송이 어렵다 하니 차분히 더 살펴보자는 뜻이었죠.
이런 흐름은 몹시 잘못된 성싶습니다. 2017년 칠월 여러 주말 밤과 새벽, 인천 양평 서울 부천 가평 구리 남양주 의정부 고양 포천 세종 청주 괴산 시민 가운데 누군가 국악방송만 듣다가 재난 상황을 알지 못해 목숨을 잃거나 다쳤다면 어쩔 뻔했습니까. 주말 밤이나 새벽 큰비는 언제든 또 올 수 있을 텐데 국악방송만 듣는 시민은 어쩌란 말인가요.
재난방송은 시민 누구에게나 두루 널리 닿아야 합니다. 듣는 사람이 많지 않다거나 직원 수가 적어 녹음방송을 해야 한대서 ‘조금 봐줄 만한’ 일이 아닌 거죠. 잘못한 ‘책임을 무겁게 물어야’ 마땅합니다. 같은 일 다시 일어나선 안 되니까.
▾2018년 오월 17일 23시 37분께 이뤄진 지상파 재난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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