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카 솔닛 지음(2014년). 김명남 옮김. 창비 펴냄. 2015년 5월 15일 초판 1쇄. 2016년 8월 31일 초판 11쇄.
2001년 이래 미국 정치의 방향은 일찍이 알카에다에 대해서 경고했던 FBI 여성 요원 콜린 롤리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음으로써 정해졌다고 해도 크게 놀라운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15, 16쪽). 옮긴이 주. FBI 미니애폴리스 지부는 9·11 사건 한 달 전 자카리아스 무사위라는 알카에다 요원을 이민법 위반으로 체포한 뒤 그가 수상한 의도로 비행 교습을 받은 것을 알고 수색 허가를 신청했지만 상부의 승인을 얻지 못했다. 당시 미니애폴리스 지부 요원이던 롤리는 FBI가 그 정보에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였더라도 테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9·11 직후에 주장했다. 무사위는 현재 9·11 테러 가담자로서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16쪽).
옮긴이 주.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 된 타흐리르 광장에서 남성 시위자들이 여성 시위자·기자에 대해 100건이 넘는 집단 성폭행, 성추행, 성희롱을 벌였다. 인도에서는 공공장소에서 남자들이 지나가는 여자를 성희롱하는 것을 완곡하게 ‘이브 골리기’ 혹은 ‘이브 놀리기’라고 한다(43쪽).
“이게 무슨 사랑이에요?”라고 물었던 티나 터너의 전 남편 아이크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그래요, 나는 아내를 때렸습니다. 하지만 보통 남자들이 자기 아내를 때리는 것보다 더 많이 때리진 않았습니다.” 이 나라에서는 9초마다 한 번씩 여자가 구타당한다. 확실히 짚어 두는데, 9분이 아니라 9초다. 배우자의 폭행은 미국 여성의 부상 원인 중 첫 번째다(49쪽).
영국에서는 1870년과 1882년에 ‘기혼여성재산법’이 제정되기 전까지 모든 것은 남편의 소유였다. 아내는 유산을 얼마나 받았든 스스로 얼마나 벌었든 자기 앞으로는 한 푼도 가질 수 없었다. 비슷한 시기에 영국과 미국 양쪽에서 아내 구타를 금하는 법이 제정됐으나, 1970년대 이전에는 거의 집행되지 않았다. 요즘은 가정폭력이 (가끔) 기소되는 세상이 됐지만, 그것만으로는 아직 두 나라에서 만연한 가정폭력을 치료하기에 역부족이다(93쪽).
무려 40세대를 망라하는 신약 마태복음의 가계도는 아브라함에서 요셉까지 이어진다(103쪽).
페미니스트 정신과 의사 주디스 허먼은 <트라우마>에서······중략······”프로이트는 이후 집요한 고집으로 말미암아 갈수록 더 난감한 이론의 수렁에 빠져들며, 여자들이 불평하는 성적 학대의 경험은 그녀들이 스스로 상상하고 갈망한 게 분명하다고 우겼다(158쪽).”.
허먼은 강간, 아동 성추행, 전쟁 트라우마를 두루 다룬 <트라우마>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비밀과 침묵은 범인의 첫 번째 방어선이다. 비밀을 지키는 데 실패하면, 범인은 피해자의 신뢰성을 공격한다. 그녀를 철저히 침묵시키는 데 실패하면, 아무도 그녀의 말을 듣지 않게끔 만들려고 애쓴다(168쪽).”
여자들은 늘 강간과 살해를 두려워하면서 산다. 때로는 그런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이 남자들의 안락함을 보호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183쪽).
‘성희롱’이라는 용어는 1970년대에 처음 고안됐고, 80년대에 사법체계에서 쓰이기 시작했고, 1986년에 대법원으로부터 법적 지위를 인정받았으며, 1991년에 대법관으로 지명된 클래런스 토머스에 대한 상원 청문회에서 한때 그의 직원이던 애니타 힐이 그의 성희롱을 증언함으로써 온 나라가 발칵 뒤집힌 사건을 계기로 대대적으로 보도됐다(186쪽).
옮긴이 주. 1990년대에 영국에서 명명된 ‘래드(lad) 문화’는 페미니즘에 의해 남성의 권리가 훼손되고 있다고 여긴 젊은이들이 새롭게 남성성을 강조하며 방종과 성차별을 추구하는 태도를 말한다(192쪽).
페미니즘은 어쩌면 대부분이라고 해도 될 만큼 많은 문화에, 셀 수 없이 많은 조직에, 세상 대부분의 가정에, 무엇보다도 모든 것이 시작되고 끝나는 우리 마음에 깊이 뿌리내렸을 뿐 아니라 아주 오래되고 광범위하게 퍼진 무언가를 바꾸려는 노력이다(206쪽).
옮긴이 주. 1970년대부터 유럽과 미국을 시작으로 번져 지금까지 세계에서 진행되는 ‘밤길을 되찾자(Take Back the Night)’ 운동은 여성에게 폭력을 걱정하지 않고 밤길을 다닐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밤길을 행진하는 시위를 벌인다(223쪽).
옮긴이 말 가운데 하나. 지난 (2015년) 2월, 트위터에서 이른바 페미니스트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졌다. 계기는 칼럼니스트 김모씨가 여성 잡지에 쓴 <IS(이슬람국가)보다 무뇌아적 페미니즘이 더 위험해요>라는 글이었다. 그는 ‘남성이 역차별을 당하는 시대이고 나는 페미니스트가 싫기 때문에 IS가 좋다’는 말을 남기고 시리아 접경 지역으로 가서 추정컨대 IS에 합류한 17세 김모군을 두둔하면서, 군가산점제도에 반대하는 이기적이고 비합리적인 페미니스트들이 사회에 훨씬 해가 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대해 남녀를 불문하고 많은 트위터 사용자가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라는 해시태그를 단 글을 올려 스스로 페미니스트임을 떳떳하게 선언하고 그 칼럼니스트와 잡지의 사과를 끌어냈다(2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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