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으… ICT 시사용어 300
2013년 1월<ICT 시사용어 300>을 세상에 내보였을 때 나는, 눈물겨웠다. 9개월 앞선 2012년 4월 1일 전자신문 내 인사 발령 벽보가 붙기 수십 분 전에야 들은 ‘보직 없는 — 강등과 같은, 더구나 붓(논설위원) 뺏는 — 교육출판센터 전직(轉職)’을 참고 버티어 이겨 낸 결과였기에. 나는, 스스로 가엾고 애처로웠다.
보람. 수모 끝에 일궈 눈물겨운<ICT 시사용어 300>이 나는, 자랑스러웠다. 책 얼개를 짜고 쓰고 교열한 게. 2000권을 찍은 뒤 함께 책을 기획한 곳에 ‘ICT 표준 확산 사업’ 가운데 하나로 1000권을 주고 1950만 원을 받은 것까지. 2015년 7월 나머지 1000권이 전자신문 도서 창고에서 모두 사라진 것도. 딱딱하고 어렵기 일쑤인 정보통신기술(ICT) 용어를 쉬 풀어 널리 읽히게 해 보리라 끙끙댄 땀까지.
그랬는데 전자신문은<ICT 시사용어 300>을 내가 쓴 게 아니라 했다. “편집국 기자들이 주로 원고를 작성하되, 내용이 부족하거나 보충할 부분이 있는 경우 참여한 것 빼고는 (이은용이) 집필 업무는 수행하지 않았다”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를 향해 주장했다. 땡! 틀렸다. 사람을 깔보거나 욕보이려면 제대로 알아본 뒤 해야지 않나. 전자신문 편집국 기자 가운데 이은용 말고<ICT 시사용어 300>원고를 가진 이가 있는가. 없다. 이은용 말고 책을 함께 기획한 기관에 원고와 사진과 캡션을 보낸 기자가 있는가. 없다.<ICT 시사용어 300>을 출간한 뒤 1년쯤 지난 2014년 2월 세상에 내보낸<최신 ICT 시사상식>을 두고 ‘이은용이 집필한 게 없다’ 하는가. 땡! 또 틀렸다. 편집국 후배 기자 네 명과 함께 썼으되(공저) 이은용 원고가 4분의 3이었다.
전자신문은 기본 사실조차 제대로 살펴보지 않은 채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ICT 시사상식(용어)’ 작업은 이은용이 조금 도왔을 뿐이라고 강변했다. 쩝. 잊혔던 눈물겨운 신세가 되살아났다. 사람을 깔보거나 욕보이려면 제대로 알아보는 게 먼저다 먼저, 음. 제길, 또 눈물겹잖아.
전자신문은 출판 사업을 접기로 했단다.<ICT 시사용어 300>같은 땀, 33년 이상 쌓인 출판 경험의 쓸모를 하찮게 여긴 것. 어휴, 앞으로 서점에서 새로 찍은(2쇄)<ICT 시사용어 300>을 볼 수 없을 듯하다. 여전히 책을 찾는 이가 있는데 절판하는 건 독자 믿음을 스스로 저버리는 짓. 원래 상태로 돌이키기 어려울 거다. 눈물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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