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記] 서울 비. 송도 해.
아침. 출근길. 서울 강서구. 비가 왔다. 인천 연수구. 해가 반짝반짝했다. 송도. 해가 반짝반짝했다. 비가 왔다 간 건지 올 건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서울에서 전파를 쏘는 라디오에선 디제이가 여전히 “비 오는 날(rainy day)”이라 말했다. 음. 서울엔 계속 비가 오는구나. 멀다… 새삼. 38킬로미터쯤 떨어졌으니 멀긴 먼 거다.
멀다 보니 자동차로 출근할 때 1시간 20분쯤 걸리고, 1시간 30분을 넘길 때가 잦았다. 퇴근할 때엔 도로 정체가 심해 1시간 30분쯤 걸리고, 2시간을 넘기기 일쑤였다. 대중교통은 서울지하철 5호선과 공항철도와 인천지하철 1호선을 이용하며 스물아홉 정거장을 지나야 했다. 1시간 30분~40분쯤 걸렸다.
전자신문은 그러나 이은용의 “(송도 경인센터) 출퇴근에 불편이 거의 없다”고 줄기차게 주장했다. “생활하는 데 불이익이 없다”는 거다. “(이은용이) 평상시 본인의 차량을 이용해 출퇴근 및 업무 활동을 해 왔”기 때문에 “출퇴근의 불편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2015년 4월 20일(월) 아침 7시에 ‘네이버 지도’로 측정했더니 이은용이 송도 경인센터까지 출근하는 데 “약 1시간이 걸리는 걸 확인할 수 있다”며 “이보다 조금 더 소요된다 하더라도 수인 ― 이 낱말은 그냥 ‘받아들이기’로 쓰는 게 좋겠다. 알맞게 쓰이지 못했다. ‘수인’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꼭 찾아보시기 바란다 ― 불가능할 정도의 먼 거리라 보기 어렵다”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제시했다. 이은용의 중앙노동위원회 재심 신청에 따른 답변서에도 2015년 6월 23일(화) 아침 7시 30분에 ‘네이버 지도’로 측정했더니 ‘약 1시간’이었다는 걸 증거로 내세웠다. (월요일엔 7시, 화요일엔 7시 30분에 측정하느라 애쓴 흔적이 엿보였다. 전자신문이 ‘퇴근’ 시간을 측정해 제시한 적은 아직 없다. 1시간쯤 되는 퇴근 측정치를 계속 찾고 있을 수도 있겠다.)
그렇지 않았다. 이은용은 자동차를 한 달에 서너 번쯤 필요할 때에만 썼고, 늘 지하철로 출퇴근했다. 집에서 나와 서울지하철 5호선을 타고 아홉 정거장을 지나 전자신문 본사에 닿기까지 37분~40분쯤 걸렸다. (이은용은 2009년 1월 갑자기 온라인뉴스속보팀에 발령된 뒤 2014년 8월 부당 해고될 때까지 논설위원실과 출판팀을 거치며 내근한 시간이 많았다. 자동차를 잘 쓰지 않았고, 아침에 줄곧 전자신문 본사로 출근한 이유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이은용의 출퇴근 환경 변화에 따른 ‘생활상 불이익 정도’를 얼마나 헤아렸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출퇴근 시간을 둘러싼 이은용과 전자신문의 갑론을박을 정성적으로 얼마간 고려한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으리라 추측할 뿐이다. 음. 아쉽다. 전자신문 경인센터는 생겼을 때로부터 실질적인 유배지로 쓰였다. 인사 발령 자체가 노동자 가슴에 큰 상처를 냈다. 전자신문 경인센터에 잠시 머물다 잇따라 회사를 떠난 여러 노동자가 이를 방증했다. 이은용 가슴도 진즉 상처를 입었다. ‘네이버 지도로 측정한 약 1시간’이 제시되기 훨씬 전에 깊이 베였다. 어디 출퇴근 시간뿐이랴. 이은용은 전자신문에서 기자였고. 논설위원이었으며. 출판팀에 전직 배치됐고. 부당히 해고됐으며. 징계까지 떠안았다. 틈틈이 베였다.
송도엔. 비가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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