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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남자는 없다

eunyongyi 2020. 6. 27. 15:41

연세대학교젠더연구소 편. 오월의봄 펴냄. 2017년 9월 4일 초판 1쇄.

 

백문임. 연세대학교젠더연구소장.

한국에서 ‘남성성’은 연구와 토론이 거의 축적되어 있지 않은 분야이고, 안타깝게도 앞으로도 얼마나 탄력을 받으며 진행될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려운 주제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그것이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랫동안 ‘보편’을 참칭해 왔기 때문이겠지요(5쪽).

 

김영희. 연세대 국문학과 부교수.

‘남성’ 주체는 ‘남성’ 동성 집단으로 결속하는 와중에도, 아니 ‘남성’ 동성 집단에 참여하고 결속하기 위해, 더 정확하게는 ‘남성’ 동성 집단에 수용되고 승인받기 위해 자발적이지만 강제된 자기 거세를 단행해야 한다(37쪽).

 

허윤. 연세대젠더연구소 연구원.

케롤 페이트만은 프로이트의 형제애 개념을 받아들여서 ‘남성’으로서의 인간, 형제로서의 인간에 여성이 복종하게 된 것이 근대 시민사회의 결정적인 특징이라고 지적한다(65쪽).

 

나영정. 장애여성공감 정책연구원.

한석정은 1960년대 한국의 스포츠를 식민 시기의 강병론, 특히 만주국의 정치화된 체육의 특성을 강하게 이어받았다고 평가한다(135쪽).

 

김엘리. 연세대 강사.

한국은 남성화된 서구와 여성화된 아시아 지역, 그 사이 하위제국의 위치에 서서, <태양의 후예>와 같은 드라마틱한 상상을 하며 선한 보호자로서 강한 군사력과 선진적인 자본력을 흉내 낸다(190쪽).

 

오혜진. 문화연구자.

더 의미심장한 것은, “독재에 맞섰던 87년의 청년이 2017년의 아버지가 되어 광장을 지키고, 도시락을 건넸던 87년의 여고생이 2017년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촛불을 든 것”이라는 문장에서 보듯, 6월 항쟁의 재현이 명백히 성별화된 문법을 따르고 있음에도 이 문법과 기율이 초래할 수 있는 위계와 균열의 혐의를 사전 봉쇄하듯 “6월 항쟁에는 계층도 없었고, 변방도 없었”다고 성급히 단언하는 그 감각이다. ‘독재에 맞선 청년이 광장을 지키는 아버지가 된다’와 ‘도시락을 건네던 여고생이 엄마가 돼 촛불을 든다’는 화소들로 구성된 두 서사는 과연 대등한가. 여기에는 정말 어떤 위계와 주변화의 혐의도 없나(264쪽).

 

여성을 성적 존재로 환원하는 설정이나 여성 성기에 대한 해부학적 묘사가 그의 여성 혐오에 대한 증빙으로 제출되고, 그에 대해 작가 또한 ‘페미니즘은 못된 사조’라거나 “여자를 생명체로 묘사하는 데 나는 매우 서툴러요”라는 식으로 응대함으로써 김훈 소설의 여성 혐오 혐의는 거의 기정사실화했다(270쪽).

 

김학준. 아르스프락시아 미디어분석팀장.

2015년 1월 26일 일간베스트저장소에 “친구 먹었다”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게시물에는 단원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게시자가 어묵을 입에 문 채 일베를 상징하는 손동작을 하는 사진이 동봉돼 있었다. 세월호 희생자들이 ‘고기밥’이 됐다는 데 착상해 물고기를 원료로 한 어묵을 친구로 지칭한 것이다(283쪽).

 

그렇다. 그의 말대로 “영구, 맹구라는 캐릭터는 자폐아들에 대한 비하로 해석될 수” 있고, ‘시커먼스’ 역시 “흑인 비하”이다. ‘한심하다’라고까지 할 수 있을지는 각자의 판단이 있겠지만, 한국의 웃음코드는 소수자 혐오에 적잖은 빚을 졌다(299쪽).

 

최태섭. 문화평론가.

오늘날 한국의 남성들은 여성에 대해서 놀랄 만큼 모른다. 메갈리아의 미러링이 놀라운 정교함을 보여 줬던 것은 상대적으로 약자인 여성이 억압당하며 관찰해 왔던 남성이라는 존재에 대한 체험적 지식들 때문이었다. 하지만 상대적 강자인, 그리고 더 정확하게는 딱히 자기가 강자인지도 모르는 남성은 여성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자의적인 환상을 품는 것 말고는 생각할 이유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320쪽).

 

미주.

참고로 팀 스피리트는 1976년부터 1993년까지(1992년 제외) 이뤄진 주한미군과 대한민국 국군의 합동 군사훈련의 명칭이기도 하다. 1994년부터 2007년까지 RSOI(Reception, Staging, Onward Movement and Integration of Force)로 바뀌었다가, 2008년 3월부터는 키 리졸브라는 명칭으로 불린다(3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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