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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탄생

eunyongyi 2020. 7. 4. 23:52

김보성·김향수·안미선 지음. 오월의봄 펴냄. 2014년 11월 28일 초판 1쇄. 2015년 3월 25일 초판 2쇄.

 

검찰청에서 발표한 영아 살해 범죄 발생 건수는 2000년에서 2009년까지 10년 동안 131건이다. 한 해 평균 열 건 정도이며, 빈곤 등 사회경제적 이유 등을 감안할 때 산후우울증으로 인해 발생했을 영아 살해 사건 수는 많지 않다. 실제로 일어난 사건에 비춰 우려해야 할 정도보다 더 많은 공포를 매스컴이 강조한다면 그것은 그 공포가 수행하는 이데올로기의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산후우울증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강조되는 방식에서 ‘영아 살해’라는 극단적인 우려는 육아의 담당자로 자리매김되는 전통적 여성상을 강화한다. 또한 여성이 실제로 겪는 우울함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차단하고 불필요한 죄책감을 심어 준다. 사회적으로 생산적인 논의를 촉발하기보다는 두려움과 공포를 불러일으킨다(45쪽).

 

산후우울증은 한때의 증상, 가족을 위협하는 재앙, 개인적으로 극복 가능한 질병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재생산 영역을 여성에게 전담시키고 그 노동을 해낼 것을 이데올로기적으로 강요하는 시대착오적인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풍경이다(67쪽).

 

가장 큰 손실은, 여성들이 아이를 존재 그 자체로 바라보지 못하고 개선해야 할 불완전한 존재, 엄마가 노력하면 바뀔 수 있는 존재로 바라보게 만들어, 아이와의 관계에서 오는 즐거움을 경험하지 못하게 한다는 점이다(106쪽).

 

위험은 사라지지 않은 채 엄마 역할은 점점 복잡해지고 정교해지고 있다. 위험사회에서 가정의 수호자로, 가족 건강의 책임자로 엄마 역할을 강조하는 담론들은 여성에게 덫을 놓았다. 여성이 노력해도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제한적이다. 기업의 후원을 받는 과학자들이 만든 정보일 수도 있고, 낯선 전문 용어와 외국어로 쓰인 정보일 수도 있고, 시간이 부족해 정보를 충분히 수집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한 사람의 소비자가 충분한 정보를 수집하고 비교하고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기대는 신화에 가깝다(143쪽).

 

한국의 조기 사교육 시장은 1980년대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중략······1980년대부터 유치원, 피아노, 미술, 태권도 등 사설 학원이 유아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1990년대부터 방문 학습지, 백화점 문화센터 등 유아 사교육을 제공하는 기관이 다양해졌다. 1990년대부터 3세 유아 학습지가 생겨났고, 1990년대 후반부터 만 1세 영아를 위한 한글, 숫자, 영어 학습지가 출시됐다(1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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