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없는 곳’ 490개쯤 더 만들자
올 9월 제주 가파도가 ‘탄소 없는 섬’으로 거듭난다. 풍력·태양광으로 만든 전기로 공용 버스를 운행한다. 모든 가구와 학교에 지능형 전력망 관리체계를 꾸리는 등 섬에서 탄소를 완전히 걷어 낸다.
가파도 같은 신재생 에너지 발전·교통체계를 갖추는 데 100억원이 든다. 이런 곳을 489개쯤 더 만드는 게 어떨까. 4조9000억원을 투자하자는 얘기다.
4조9000억원은 신고리 원자력발전소(원전) 2, 3호기 건설비와 같다. 새 원전을 두 개쯤 덜 만들면 490곳을 ‘탄소 없는 곳’으로 꾸릴 수 있다는 뜻이다. 고리 1호기를 기준으로 낮춰 잡아 2200억원, 많게는 9800억원쯤 들어갈 원전 폐기비용을 헤아리면 ‘탄소 제로 타운’을 더 많이 만들 수 있겠다. 이것뿐인가. 사용 후 핵연료와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처분할 비용 1~2조원까지 돌려쓸 수 있다. 특히 사용 후 핵연료를 300년 이상 자연과 완전히 격리해야 하는 안전 관리 부담을 감안하면 신재생 에너지 체계의 가치가 더 높이 치솟는다.
탄소 없는 곳을 많이 만들수록 덤도 는다. 태양전지판을 설치할 사람, 지능형 전력망을 구축하고 관리할 이가 필요하다. 단열이 잘되게 주택을 손볼 사람, 공용 전기자동차를 운행할 이도 있어야 한다. 일자리가 늘면 지역 경제도 웃는다. 지역이 웃으면 나라 살림도 넉넉해지게 마련이다.
같은 돈을 들여 더 많이 얻는 발전·이용체계다. 원전을 두 개쯤 덜 짓는 것으로 충분하니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다. 가뜩이나 일본 후쿠시마 원전 붕괴사고와 고리 원전 단전사고 보고 은폐사건이 안전 관리에 대한 신뢰를 흔든 터다. 한번 해 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 ‘탄소 없는 가파도’와 ‘2030년 탄소 없는 제주’에 주목하자. 팔 걷어 ‘탄소 없는 곳’ 더 꾸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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