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 피난

2012.03.26. 08:47 ㅡ 국가연구개발사업에 큰 호흡과 철학을

eunyongyi 2020. 6. 27. 19:06

국가연구개발사업 ‘성과’ 지상주의 벗을 때

국가연구개발사업이 여전히 ‘성과’ 지상주의에 매여 있다. 그나마 성과를 제대로 관리하지도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국책 과제 연구자 1000명에게 물었더니 “단기 성과에 치중한 관리(49%)”가 문제라는 지적이 분출했다. “성과 관리 주체가 명확하지 않다”거나 “성과 활용을 염두에 두지 않은 연구를 수행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총체적으로 실속이 없다는 얘기로 들린다. 단기 ‘성과’에 몰입해 연구를 독촉한 결과일 것으로 보인다. “성과 활용에 대한 보상이 없다”는 응답이 24.7%나 되니 너무 몰아붙이는 것 아닌지 염려될 정도다.
보상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성과를 요구하는 구조를 쉬 납득하기 어렵다. 국가연구개발사업은 민간 기업이 하기 힘든 기초·원천기술에 진득하게 투자하는 게 올바른 길이다. 미래를 준비하는 국책 연구 철학이 그래야 옳다. 이를 외면한 채 단기 성과를 닦달하니 연구 데이터를 조작하는 등 여러 부작용을 부르는 것 아닌가. 국가연구개발정책 기본 방향을 다시 추스를 때가 됐다.
국가연구개발사업 성과 지상주의 뿌리는 과학기술행정에 있다. 지난 2005년 과기 행정 공무원과 정부가 ‘직무성과계약’을 체결한 뒤 하위 직원 5%를 보직 해임하기로 하는 등 ‘계량적 모델 성과관리체계’를 몰아쳤다. 국책 연구자에게 그 부담이 옮겨간 건 당연했다. 짧은 기간 안에 특허처럼 돈이 될 연구과제에 예산을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이런 잔재가 국책 연구개발체계의 발목을 잡는다. 미래를 열 수 없다는 뜻이다.
하루빨리 ‘성과’ 지상주의를 벗으라. 국가연구개발사업에 큰 호흡과 철학을 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