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 통계 제대로 못 내는 정부
무역수지가 또 오류에 빠졌다. 지난 1일 발표된 2월 무역 흑자 속보치 21억9000만달러 가운데 6억6000만달러가 잘못 집계됐다. 실제 흑자 규모는 15억3000만달러에 불과했다. 지난해 12월 무역 흑자 ‘확정치’를 17억4000만달러나 과다 계상한 지 두 달만에 같은 실수를 재연했다.
지난달 관세청이 “수출입 통계 검증장치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음에도 잘못을 되풀이하니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까 우려된다. 가뜩이나 지금은 유럽 지역 여러 국가의 재정이 위태로운 시국이 아니던가. 기업은 이런 수치를 믿고 상품 수출 전략을 짤 수 없다.
그나마 지난해 12월처럼 ‘확정치’가 아닌 ‘속보치 오류’여서 다행이나 이래선 곤란하다. 무역수지는 무역 외 수지와 함께 국제 경상 계정을 구성한다. 나라 경상수지의 밑바탕이란 얘기다. 국제 교역량 세계 10위쯤 되는 나라의 ‘대외 거래 건전성 평가 기준(경상수지)’이 믿을 만하지 않으니 참으로 낯부끄럽다.
한 달간 얼마를 벌고 썼는지를 헤아리는 것은 가계의 기본이다. 살림을 꾸릴 방편을 마련하는 첫 단계여서다. 가계가 이러한데 나라 경제야 두말할 나위가 없다. 통계가 빠르고 정확해야 제반 경제 정책이 올바른 방향을 잡는다. 오랜 기간 경기 침체에 시달린 시민과 기업의 어깨짐을 조금이나마 덜어 줄 수 있다.
‘3억원을 3억달러로 신고’하는 것 같은 작은 실수가 연거푸 무역수지 전체를 흔들었다. 하루빨리 통계를 제대로 검증할 방책을 찾을 일이다. 한 번도 아니고 한두 달 사이에 같은 현상이 되풀이되니 혹시 통계 수집절차에 큰 결함이 있는 건 아닌지 세심히 살펴야겠다. 아무래도 무역수지 통계 체계 본바탕을 손보아야 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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