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자 장대에 선 방통위
방송통신위원회가 백척간두에 섰다. 지난해 9월 황철증 통신정책국장이 정보기술 컨설팅 사업자로부터 수천만 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불려간 지 4개월여 만에 최시중 위원장이 다른 수뢰 의혹을 해명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수억 원을 받고 한국교육방송공사(EBS) 이사 선임과정에 개입한 의혹을 샀다.
정보통신기술(ICT) 정책 꼭짓점에 있는 관료가 업자를 스폰서로 두려 했다는 의혹만으로도 크게 흔들려 엎친 방통위에 불신이 덮쳤다. 최 위원장이 그 까닭과 내용을 명확히 풀어서 밝혀야겠다. 해명의 진실 여부가 방통위 존립 갈림길이 될 수도 있어서다.
방통위는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했다. 금품 제공 혐의를 산 김아무개 EBS 이사를 적합한 공모절차와 방통위 의결을 거쳐 뽑았다고 밝혔다. 선임 과정에서 “금품 수수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며, 있어서도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열쇠는 2008년 7월 방통위원장 정책보좌역(4급 상당)으로 방통위에 합류했던 정아무개 씨가 쥐었다. 그가 김아무개 EBS 이사가 제공한 금품을 최 위원장에 전달한 ‘통로’였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방통위도 “정모 정책보좌역의 금품수수 여부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에서 시비가 가려질 것”이라고 했다.
정 정책보좌역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주자 경선에서 이명박·박근혜 후보 간 차이를 ‘감각적으로 정확히 내다본’ 것으로 유명했다. 최시중 위원장을 20년 가까이 보좌하며 이명박 정부 출범에 적잖이 기여했다. 애초 3급 상당 고위 공무원으로 방통위에 합류하려다 4급으로 내려앉았음에도 정권과 최 위원장을 위해 감내했다. “어른 모시는 일에 직급이 뭐 그리 중요하느냐”고 말했을 정도였다.
그랬던 그가 지금 해외에 체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갑작스레 해외로 간 ‘의혹의 핵심’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려는 행태는 전에도 많이 보았다. 최 위원장이 더욱 적극적으로 소명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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