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 피난

2011.10.21. 08:51 ㅡ 깨어나 정신 차리라

eunyongyi 2020. 6. 28. 15:42

시멘트 돈방석

 

돈방석에 앉는 꿈. 쉬 떨쳐 버릴 수 없다. 벼락도 돈벼락이라면 기어이 맞고야 말겠다는 심정이라고나 할까. 늘 많은 돈을 가져 ‘넉넉한 집’에서 안락한 처지가 되는 꿈을 그린다.
‘넉넉한 집’은 사람에 따라 그 크기가 다르게 마련이나 소박한 그림을 그려 보자. 어지간한 소박함을 정하기가 까다로운 터라 평균치에 눈이 간다. 국토해양부가 조사했더니 지난해 전국 아파트 한 채 평균 가격이 1억8973만원, 서울에 있는 것은 3억6680만원이었다. 부자가 많다는 강남구의 아파트 평균값은 7억9122만원에 달했다.
돈을 얼마나 잘들 버는지 모를 일이나 3억6680만원은 입 벌어질 액수다. 7억9122만원은 그저 기함할 따름이다. 지난해 가구별 연평균 소득이 4358만원이었으니 서울에 아파트를 장만하려면 8년간 한 푼도 쓰지 않고 버는 족족 모아야겠다. 강남구에 살려면 18년을 고스란히 저축해야 하니 언감생심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3억이나 8억원쯤은 큰돈이 아닌 것으로 여기는 풍토다. ‘그 정도로 뭘 할 수 있겠어’ 하는 심사가 만연했다. ‘그 정도’를 갖지 못한 박탈감을 사려문 채 ‘나도 그쯤은 가져야겠다’고 다짐한 마음들이 풍토 확산을 부추겼다. 하긴 아파트 한 채 값에 불과(?)하니 참으로 행복한 삶을 위해선 돈이 더 필요하다. 상식적으로도 집 살 능력에는 집 크기에 걸맞은 생활비가 포함되는 게 맞다.
실상은 어떤가. 지난 6월 876조3000억원에 달한 가계부채의 34%쯤인 300조원이 주택담보대출이었다. 아파트 등을 샀으되 빚에 기댄 이가 많다는 얘기다. 갚아야 할 원금은커녕 이자 낼 돈조차 궁한 처지에 놓인 가구가 한둘이 아니다. 심지어 100가구 가운데 아홉 가구(8.7%)는 연간 소득의 ‘40% 이상’을 대출 원금과 이자를 갚는 데 쓴다. 수억원짜리 ‘시멘트(집) 돈방석’을 깔고 앉았으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좌불안석한다. 버티다 못해 집을 내놓아도 부동산 거래가 얼어붙은 지 오래라 살 사람이 나서지 않는다. 지금은 그저 이 악물고 ‘하우스 푸어(house poor)’를 감내할 수밖에 없다.
위험이 턱밑까지 찼다. 얼마나 더 버틸까. 가계가 빚에 쪼들려 더 큰 빚을 지거나 파산하고 말것 같다. 수를 내야 할 텐데 도무지 뚜렷한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고통은 고스란히 가계 몫이다. 알아서 감당할 게 너무 많아 가장의 실직이 더 두렵다. 수단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려 한다. 집을, 행복한 가정을 지키고자 가다듬은 독한 마음에 떠밀려 나쁜 짓도 마다하지 않을 수 있다.
이 지경에 이른 책임이 온전히 개인과 가계에만 있을까. 국가도 책임을 통감해야 옳다. 부동산 정책에 실패한 것, 시민의 실업 공포와 노후 부담을 키운 것, 아이들을 사교육 구렁텅이에 몰아넣은 것을 절실히 느끼라. 가계가 무너지면 나라도 흔들린다. ‘아파트 분양 원가 공개’ 같은 특단의 대책은 이럴 때 쓰는 거다. 건설업자 입김에서 벗어나 한번 제대로 공개해보라. 깨어나 정신 차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