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과학자 유치 ‘신중하게’
정부가 해외에서 활동하는 우수 과학자를 국내로 유치할 태세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지구(대전 신동·둔덕)에 설치할 기초과학연구원에 국내외 우수 과학자가 정주할 환경을 조성하는 사업의 일환이다. 기초과학연구원 내 50개 연구단에 연구비로만 매년 130억원을 투입하고, 연구자의 겸직을 허용하는 등 자유롭고 안정적인 근무 환경을 꾸미는 게 목표다.
정부는 1968년부터 해외 한인 과학자를 국내에 데려왔다. 그해로부터 1979년까지 12년간 498명이 ‘재외 한국인 과학자 유치·알선사업’에 힘입어 고국에 둥지를 틀었다. 정광화 옛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 같은 과학자가 이때 들어왔다. 그는 지금 충남대 분석과학기술대학원장이다. 1978년에 들어온 정 원장은 “아파트가 귀하던 시절 아파트를 사택으로 제공받았고, 개발되지 않은 논밭 사잇길을 (연구원) 승용차로 출퇴근을 시켜줄 정도로 대우가 극진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국가의 적극적인 지원에 부응하기 위해 “어떤 과제든 연구할 각오”를 다졌고, “국가 장래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고민”했다. 이런 마음가짐과 노력들이 모여 과학기술 발전의 주춧돌이 됐다.
1980년부터 1986년까지 7년간 716명이 더 들어왔다. 30개 대학, 31개 산업체, 85개 연구기관에 내린 단비(과학자)였다. 정부는 성과가 좋다는 판단 아래 유치작업에 탄력을 붙였다. 1987년부터 2001년까지 2000명을 유치해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워 시행했다. 2000년대에도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 육성사업(WCU)’과 해외 고급 과학두뇌 초빙사업 등을 통해 매년 1000여명을 국내로 유치했다. 2011년 12월 31일 이전에 국내에서 근로(연구)를 시작하면 첫 2년간 소득세의 50%를 깎아주는 등 적극 지원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도 비슷한 환경을 꾸릴 계획이다.
매년 과학자 1000명 정도가 국내에 들어올 만큼 한국 과학기술계 지평이 넓어졌다. 마구잡이로 머릿수(유치목표)에 집착하는 것을 경계할 때가 됐다는 얘기다. 지난 2009년 WCU 사업 목표를 채우느라 세계적인 수준의 과학자를 유치한 비율이 29.3%에 불과했던 사례를 재연하지 말아야겠다. 우수 과학자를 매우 신중하게 엄선하라.
사실 해외 ‘한인’ 과학자를 국내에 유치하느라 큰돈을 들이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척박한 국내 과학기술계에 살진 토양(재외 한인 과학자)을 뿌리되 핵 개발 능력 배양까지 은근히 바라던 박정희 군사정부 시절과 지금은 엄연히 세상 형편이 다르다. 해외 과학자 국내 유치에 신중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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