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먼지떨이] 탐욕의 종말
원제 Meltdown. 폴 메이슨 지음. 김병순 옮김. 2009년 7월 한겨레출판 펴냄.
맞다. 녹아내렸다. “신자유주의는 이제 이데올로기로도 경제적 모델로도 수명을 다한(11쪽)” 것이다.
2008년 신자유주의 대표 주자인 미국 금융 공룡들의 몰락 현장을 생생하게 담았다. 특히 159쪽에서 시작해 166쪽까지 이어지는 ‘마술사와 바람잡이들’은 압권이다. 거짓말쟁이들 말이다.
“경제학자 존 윌리엄슨이 신자유주의 정책을 아홉 가지로 요약했다. 재정 수지 균형, 정부 보조금 중지, 빈민에 세금 인상, 부자에 세금 인하, 시장 자율로 금리 결정, 무역장벽 철폐, 해외 투자 장벽 철폐, 공기업 민영화, 가능한 한 많은 규제 완화, 재산권 보장 법제화다.”(215~216쪽)
잘못된 길이었다. 실물과 화폐 사이가 동떨어졌다. 빈자와 부자 사이가 너무 동떨어졌다. 고통이 빈자로 쏠렸다. 금융업자와 몇몇 기업만 살쪘다. 살진 경영자와 달리 노동자는 빼빼 여위어 말 못할 지경이 됐다.
그런데 여전히 “그냥 시장에 맡기면 된다”고 말하는 이가 있다. ‘작은 정부와 규제 철폐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맹목적이다 못해 마치 종교 같다.
“시장에 맡기자”고 말하는 이는 두 종류 아닐까. 게으르거나 막무가내! 신자유주의가 녹아내린 이유를 알아볼 생각이 없어 만사가 다 귀찮기만 한 거다. 아니면 도무지 융통성이 없고 고집이 센 것이겠고. 이도 저도 아니라면 일부러 모르는 체하는 것일 게다. 자기가 만지는 돈이 남보다 좀 많아서 일 것이다.
“그래. 너 말 잘 한다. 그런데 대안은 있느냐?”고 비꼰다면…, 대안이라…. “금융체계의 ‘사회화’와 이익재분배를 대안으로 내놓은 (하이먼) 민스키 해법은 가장 급진적인 자본주의 국가들의 규제당국과 사회정의 운동가들이 서로 공감할 수 있는 근거다.”(266쪽) 금융 산업을 공익시설로 쓰자는 얘기다.
칼 폴라니의 인식에 주목하자. “시장은 낡은 사회 네트워크들을 파괴하고 모든 인간관계를 상업적인 것으로 축소했지만 반대로 인간의 가치와 공동체, 안전을 지키기 위한 저항도 동시에 발전해왔다(277쪽)”는 것이다. 희망의 등대로 삼을 만하지 않을까.
적어도 미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으로 일하면서 1997년 구제금융을 빌미로 한국 경제를 유린한 로버트 루빈을 무슨 ‘월가의 신화’랍시고 포장하지는 말아야 한다. 뉴욕타임스 보도처럼 “루빈은 스스로 씨티그룹과 자기 일자리를 협상하면서 그 대가로 (은행과 증권 겸업을 금지한) ‘글라스-스티걸법’을 폐기하기 위한 협상안을 모색하고 있었던 셈(115쪽)”이었을 정도로 사익을 추구했다는 의혹을 샀다. 재무장관을 그만둔 뒤 ‘글라스-스티걸법’ 수혜기업인 시티그룹 회장이 됐으니 그럴 만하다.
일확천금하려는 탐욕! 버릴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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