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 피난

2010.11.29. 18:18 ㅡ 공릉동 살던 벗

eunyongyi 2020. 6. 28. 22:26

공릉동 추억

 

친구가 공릉(孔陵)에 살았다. 경기 노원면에 속했다가 서울 성북구(1963년)와 도봉구(1973년)를 거쳐 노원구(1988년)에 편입된 공덕리의 ‘공’과 조선 11대 왕 중종의 계비 문정왕후가 묻힌 태릉의 ‘릉’을 합친 동네다. 노원구가 새로 생긴 그 해에 그 친구 집에서 그 친구 기타 반주에 맞춰 노래를 흥얼거리며 우정을 나누고는 했다. 노태우 정부가 출범하고, 서울에서 제24회 올림픽이 열린 해였다. 그때 육군사관학교생과 함께 낙엽 쌓인 태릉푸른동산을 거니는 여인을 왜 터무니없이 서울여자대학생일 것으로 생각했을까. 지금 생각하니 헛웃음만 나온다.
실눈을 짓고 공릉동 추억을 더듬은 것은 지난 주말 우연히 본 지하철 7호선 공릉역 이름 변경 안내문 때문이다. 예전에는 한글로 ‘공릉(서울산업대입구)’라고 썼는데, 11월부터 ‘공릉(서울과학기술대)’로 바꿨다고 쓰여 있었다. 영문으로는 ‘Gongneung(Seoul National Univ. of Technology)’에서 ‘Gongneung(Seoul National Univ. of Science and Technology)’로 바꾼 모양이다.
노준형 제9대 서울과학기술대 총장(제10대 정보통신부 장관 2006년 3월~2007년 8월)은 올해 100주년을 맞은 서울산업대의 이름을 “그냥 ‘서울국립대학교’로 바꾸고 싶었다”고 했다. 농담 반 진담 반이었다. 미국 펜실바니아대학교와 펜실바니아주립대학교가 서로 다른 대학이듯 “서울국립대학교로 이름을 바꿔 종합대학으로 성장할 바탕을 마련”하고 싶었다. 공릉역 부역명의 영문(Seoul National Univ. of Science and Technology)을 보니 노 총장의 생각대로 ‘서울국립대학교’로 바꿨으면 세상의 반응이 어땠을지 궁금하다.
지금 ‘꿈을 키운 100년’을 지나 ‘빛이 되는 100년’을 향해 새로 출발한 서울과학기술대를 해코지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서울을 대표하는 최고 대학으로 거듭나기를 기원하는 마음뿐이다. 아름다운 동네 공릉에서 창대한 새 100년을 쓰시라.
참, 이희범(제7대), 윤진식(제8대), 노준형(제9대) 등 높은 관직에 올랐던 이들이 계속 총장을 맡는 게 학교 발전에 보탬이 될까. 아니면 서울과학기술대를 잘 아는 170여 교수로부터 새로운 지도자를 뽑는 게 나을까. 노준형 총장의 임기는 1년도 채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