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언 어샌지, 한 획을 긋다.
줄리언 어샌지, 한 획을 긋다. 인터넷에, 정치에, 언론에, 세계에….
2010년 11월 28일. 지난 2007년부터 ‘인터넷에’ 작게, 또는 크게 호루라기를 불던(whistle-blower) 위키리크스(www.wikileaks.ch)가 세상을 발칵 뒤집었다. 너무 ‘발칵!’이었던 나머지 처음에는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뒤집었는지 제대로 알지 못할 정도였다. 스스로 세계를 이끄는(?) 줄로 알아 앞으로 나섰던 미국의 외교 전문(電文), 그것도 ‘드러내거나 알리지 말아야 할 일’로 가득한 전문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25만여건. 손가락으로 몇 꾸러미씩 몇 번을 꼽아야 할지 ‘이제야’ 겁이 날 만큼 많다. 실제로 처음에는 미 국무부가 반기문 국제연합(UN) 사무총장의 인적사항과 신용카드 번호 등을 들여다보려 했다거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먹는 약이 무엇인지를 알아보려 했다는 것 등을 데면데면 넘겼다. 하지만 이미 어샌지의 위키리크스는 역사의 중심에 서 있었다.
지금 세계 그 어느 언론도 미 외교 전문을 ‘도대체 어디까지 얼마나 다뤄야 할지’를 모를 처지가 됐다. ‘짧아야 30년 뒤에나’ 공개됐을 비밀스러운 얘기가 한꺼번에 25만건이나 쏟아졌으니 꾸물꾸물 따로 변명할 여지가 없어졌다. 보도할지 말지를 결정해야 할 매우 절박한 곳에 섰다.
그런데 그 절박한 즐거움(?)은 단지 다섯 매체의 것이었을 뿐 나머지는 그저 흉내에 지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 르몽드, 가디언, 슈피겔, 엘파이스. 그렇게 다섯 개였다. 그 다섯 매체는 ‘편집국 탁자 위에’ 미 외교 전문 공개에 따른 국가별 이익과 시민의 알 권리가 충돌하는 고통을 올려놓았다.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실비 카우프만 르몽드 편집국장은 “언론이 처음 겪는 큰 사건”으로 여겼다고 한다.
왜 다섯 매체만 그 절박한 즐거움과 고통을 누렸을까. ‘공기(公器)’로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상대적 신뢰 때문이었을 것이다. 공기, 사회의 구성원 전체가 이용하는 도구. 공공성을 띤 기관이나 관직을, 사회의 개개인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르는 그 단어 말이다. ‘신문이나 방송 같은 언론 기관 등이 이에 속한다’고 표준국어대사전에 선명하게 씌여 있는 그 ‘공기’다.
프랑스 잡지 프로슈아의 카롤린 푸레 편집장은 미 외교 전문 보도를 두고 “국가의 안보 우선론과 독자의 알 권리 사이의 충돌을 조화해서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킨 저널리즘의 승리”라고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이견이 많고, 어샌지에게 간첩죄를 적용하고픈 나라까지 있다. 또 그가 스웨덴 여성 두 명을 성폭행했다는 혐의가 새로 불거졌는데, 이를 “실제로 성폭행이 많이 발생한다기보다는 성범죄의 개념이 넓고 여성 권리의 인식이 높아 성범죄를 강력히 처벌하는 (스웨덴의) 경향 때문”이라는 풀이가 고개를 드는 등 여러 갈래로 점입가경이다.
모든 혐의와 논란은 숨 고르며 조금 기다리면 진실에 가까워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호루라기를 부는 위키리크스가 없었다면, 컴퓨터 게임을 하듯 언론인이 포함된 민간인에게 ‘기총소사(機銃掃射)’를 하는 미군의 행위 등이 ‘30년 뒤에나 공개될지 말지’였을 것이다.
줄리언 리샌지, 한 획을 긋다. 역사에!
'싸이월드 피난'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0.11.29. 18:18 ㅡ 공릉동 살던 벗 (0) | 2020.06.28 |
---|---|
2010.11.30. 18:16 ㅡ 미디어 카르텔: 민주주의가 사라진다 (0) | 2020.06.28 |
2010.12.27. 18:42 ㅡ 설마 지금도 그 탄을? (0) | 2020.06.28 |
2011.01.26. 08:22 ㅡ IPTV 일자리 "글쎄… 될까." (0) | 2020.06.28 |
2011.02.08. 08:30 ㅡ 종합편성 방송채널사용사업자 (0) | 2020.06.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