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호]야릇한 국회 문방위 풍경
지난 10일 오후 3시께 속개를 앞둔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 풍경이 야릇하더군요. 이날 방송통신위원회 업무현황보고에 앞서 민주당 의원 8명이 'YTN 사장 낙하산 인사'를 항의하는 버튼식 뱃지를 상의에 달고 참석한 것을 둘러싼 여야 공방으로 오전 회의 내내 헛품만 팔았습니다. 그런데 오후 회의 속개가 임박한 가운데 고흥길 문방위원장과 여야 간사가 무엇이라 표현할 수 없이 묘한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야릇한 풍경은 이랬습니다. 먼저 한나라당 문방위 간사인 나경원 의원은 다른 의원들에게 들리지 않게 귓속말로 "자율로 해서 하라고 하면... 지금도 ***의원이 계속 (낙하산 뱃지를) 차고 있는데, 지금 자연스럽게 (뱃지가 안 보이게) 상의를 벗고 계시는 분들도 숫자가 제법 되잖아요"라며 뱃지를 뗄 것을 종용했죠. 이에 민주당 간사인 전병헌 의원 역시 귓속말로 "내가 의사진행발언해서 (뱃지를) 떼고, 나머지 의원들은 자율로 하라고 해야..."라고 말하자 고흥길 문방위원장은 민주당 의원석들을 바라보며 "(상의를 벗은 의원들이) 지금 세 명에다... 네 명이니까... 그렇게 합시다. 내가 먼저 전병헌 의원에게 의사진행발언권 주고난 뒤 나경원 의원에게 발언권 주겠다"고 협의하더군요.
이 같은 문방위원장과 여야 간사 간에 이루어진 협의는 선진과창조의모임 간사인 이용경 의원이나 비교섭단체 문방위원인 김을동, 송훈석 의원에게는 전해지지 않은 상태였죠. 이후 고흥길 문방위원장은 오후 3시 10분 회의를 속개해 언질한 대로 전병헌 의원에게 첫 발언권을 줬습니다.
전 의원은 이에 "(뱃지를 떼라는) 한나라당 주장을 납득하기 어려우나 버튼(뱃지)으로 인한 장애로 회의가 진행되지 않는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본다"면서 "민주당 대표(간사)로서 뱃지를 떼도록 하겠다"고 선언하더군요. 그는 또 "민주당 의원들은 대표(간사)가 뱃지를 떼면서 '회의장에서 사실상 뗐다'고 보고 나머지는 의원별 자유의지에 따라 결정하기로 하고 회의를 진행하는 점을 양해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민주당 문방위원들은 뱃지가 보이지 않도록 상의를 벗거나 벗지 않은 의원으로 구분이 뚜렷해져 야릇하더군요. '야릇하다'는 말은 '무엇이라 표현할 수 없이 묘하고 이상하다'는 뜻 맞죠?! 정말 야릇한 느낌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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