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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된 가족

eunyongyi 2020. 9. 6. 18:59

조주은 지음. 서해문집 펴냄. 2012년 12월 30일 초판 1쇄.

 

참여자 대부분은 저녁 시간에 자녀의 과제를 도와주는 일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고, 아동문학이 탄생한 빅토리아 시대의 발명품인 ‘어린이’를 동화로 감싸는 행위는 아이들이 저녁 시간을 가장 유익하게 보내는 방법이라 믿고 있다(66쪽).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면 시댁 분위기가 워낙 전혀 그런 것을 시키지 않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고루한 생각을 가진 사람은 아닌 거 같은데 오랫동안 젖은 습관은 잘 안 바뀌더라고요. 기본적으로 남녀가 분담을 해야 되고 맞벌이를 하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되고 그런 정도의 생각을 갖질 못하더라고요. 이석은(94쪽).

(이석은. 41세. 대졸. 중등 교사 15년. 남편 대학원 박사 졸. 대학 교수. 혼인 기간 15년. 중 2, 초 4 딸. 자가 아파트. 가사 양육 친정 어머니.)

 

1970년대부터 여성 노동권 확보를 위한 조직적인 투쟁이 있었고, 그 결과 여성을 단기 노동력으로 활용하던 기업의 노골적인 성차별적 관행은 사라졌다. 그러나 여전히 승진체계는 임신하지 않는 남성의 몸, 보살핌 노동을 하지 않는 남성의 시간경험을 규범으로 하고 있다(206쪽).

 

원래 시계시간에 민감한 행위는 ‘시간을 돈’으로 여기는 일터에서 요구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효율성 숭상은 가족의 담장을 넘어 들어와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의 효과를 내는 가족생활의 테일러리즘화를 가져오고 있다(210쪽). 

 

이은주의 남편 입장에서는 근대적 성별 분업 이데올로기에 입각해 부인의 일을 자신이 하고 있다는 데서 오는 남성성의 손상과, 근대적 이데올로기인 가정중심성이 자신의 가족에서 실현되고 있지 못하다는 데서 오는 항의 표시였다(254쪽).

 

고립된 집에서 무보수로 단순반복적으로 행해지는 가사노동은 인류의 생존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이런 가사노동을 여성들이 대부분 맡고 있던 남성중심적 사회는 고된 노동으로서의 가사노동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았다(257쪽).

 

통계청에서 발표한 세 차례의 생활시간조사는 놀라운 결과 두 가지를 일관되게 보여 줬다.

첫 번째는 맞벌이 부부의 주부(2시간 38분)와 남편(24분)의 가정 관리 시간에 있어서의 차이이고, 두 번재는 맞벌이 가구의 남편(24분)과 비맞벌이 가구 남편(19분)의 가정 관리 시간에 있어서의 유사함이다(280, 281쪽).

-2009년 생활시간조사.

 

사실 대부분의 가족은 여성의 입장에서 보자면 늘 많은 노동과 갈등, 때로는 폭력을 감수해야 했던 비인간적인 곳이었다(29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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