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김현영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2019년 10월 28일 1판 1쇄.
미국의 흑인 여성운동가 프랜시스 빌은 흑인 남성이 원한 해방은 백인 남성만 누린 남성적 특권이었는데, 그 특권은 바로 흑인 여성의 몸에 대한 ‘프리패스권’이었다고 통렬하게 지적한다. 이런 상황에서 흑인 여성으로서의 해방은 이중의 모순 속에서 반드시 내전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21쪽).
이른바 ‘진보진영’에서 집중적으로 미투가 나왔던 이유는 진보진영 남성들이 남성 권력에 대항하지 않고 그것을 욕망했기 때문이다. 미투운동으로 인해 진보진영의 리더십에 큰 상처가 났다는 식의 비판을 하는 것은 본인들의 자유이나, 일단은 반성이 먼저다(22쪽).
페미니즘보다 휴머니즘을 지향한다거나, 여성 인권이 아니라 보다 전체적인 인권에 대해 말하고 싶다는 식의 말들이 휴머니즘과 인권을 가장 탈정치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91, 92쪽).
기업 경영혁신 전문가인 데이비스 버커스는 월급을 공개하자고 주장한다. 노동자 입장에서 임금 협상 과정의 극단적인 정보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사용자 쪽에서도 급여를 공개했을 때 얻는 이득이 비밀로 했을 때보다 크다는 주장은 신선했지만 비현실적으로 들렸다. 하지만 실제 급여 공개를 도입한 기업들에서는 성차별 임금을 비롯해 불공정한 임금체계 문제가 더 많이 해결됐을 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전반적인 만족도 역시 높아졌다(111, 112쪽).
가족 같은 분위기를 강조하는 회사일수록 회식이 잦고, 업무가 공사영역을 마구 오가며, 급여가 적다(118쪽).
캐서린 맥키논은 법 체계는 강간 안에서 성교를 보지만, 피해자들은 성교 안에서 강간을 본다고 일갈했다(167쪽).
여성혐오와 싸우는 이들에게 정치적 올바름은 무기라기보다는 족쇄에 가깝다. 전략으로서 정치적 올바름은 이미 실패를 거듭해 왔다. 사회가 전혀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정치적 올바름이 전략으로서 아무런 쓸모가 없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그것이 메갈리아의 거울이 비춘 세상이다(227쪽).
문제는 음란이 아니라 폭력이다. 포르노는 ‘음란하기 때문에 문제’인 것이 아니라 ‘모든 음란한 것을 폭력과 동일한 것으로 만들고 있기 때문’에 문제다(2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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