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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속에 있는 남신들

eunyongyi 2020. 12. 27. 18:13

진 시노다 볼린 지음. 유승희 옮김. 또하나의문화 펴냄. 2006년 5월 24일 개정판 1쇄. 2007년 10월 17일 개정판 2쇄.

 

제우스 및 올림포스 신들에 관한 신화는 가부장제의 족보와 그것이 우리 인간의 개인적 삶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을 밝혀 주는 ‘가족 이야기’다.······중략······인도유럽어족은 초기 여신을 숭배하던 구 유럽과 그리스 반도의 사람들을 정복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그들은 우리의 선조 설립자 아버지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고 그 앞서 존재했던 모계 사회에 대해서는 그 기억을 지우거나 아니면 단지 암시할 뿐이다(40쪽).

 

많은 남성들은 덩치가 커지고 힘이 세지면 어릴 때 마음속에 품고 있던 적대감을 여성들에게 드러내게 된다(49쪽).

 

제우스······중략······그는 자기 딸 페르세포네를 범한, 근친 강간을 한 아버지였거나, 하데스가 딸을 유괴해 강간하도록 내버려 둔 아버지였다(78쪽).

 

제우스······중략······그는 가부장제 산업 문화에서 천부적인 장점을 가지고 있다. 가부장제 산업 문화의 상급자는 ‘말만 하는 상관’으로 기대된다. 그는 손이나 몸이 아니라 (돈과 투자, 법이나 권력 같은) 아이디어와 추상적인 개념을 가지고 일한다(99쪽).

 

포세이돈 남성은 데메테르를 발견했을 당시에 납치된 딸을 찾아 헤매느라 거의 미쳐 있는 그녀를 따라다니면서 강제로 성교를 한 포세이돈 남신 만큼이나 감각이 둔한 사람일 수 있다. 포세이돈 남성과 결혼한 많은 여성들은 그녀의 심리 상태라든지 마음을 짓누르고 있는 것이 무엇이든지 아랑곳하지 않고 그의 성욕이 먼저라는 것을 알고 있다(127, 128쪽).

 

제우스와 포세이돈 모두 여러 여성들을 성폭행했는데 악명이 드높았던 이는 하데스였다(165쪽).

 

아폴론 남성은 자주 무의식적이거나 자기중심적으로 처신함으로써 남들의 감정을 상하게 한다. 그렇지만 그가 그들에게 고통을 가져다주거나 그들을 화나게 하지 않도록 충분히 마음을 쓴다면 감정에 귀를 기울이고 감정 상태를 알게 됨으로써 이 같은 가치들을 말하는, 자기 속에 있는 여성을 자유롭게 풀어 줄 것이다(223쪽).

 

헤르메스는 ━ 그의 이름은 ‘돌무덤’을 뜻한다 ━ 나그네들을 위한 이정표인 케른(원추형 돌무덤)으로 일컬어지는데 지나가는 사람마다 돌을 하나씩 얹어 놓았던 것이다(226쪽).

 

판(숲·초원·양떼·양치기의 신)은 낮잠을 즐겼는데 낮잠을 방해하는 자는 누구든지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그는 자기 이름을 딴 패닉(Panic), 비이성적인 공포의 상태를 불러일으켜 사람들을 혼비백산하게 했다(252쪽).

 

올림포스에서 일어난 대부분의 연애 사건들은 대개 남신과 인간 사이에 벌어진 일회적인 염문이었다. 남신과 여신 사이에서조차 농락이나 강간이 비일비재했고 인간 여성은 공통적으로 힘으로 제압당하거나 덫에 걸려들거나 납치당했다. 그녀가 같이 사랑을 나눈 일은 좀처럼 없었다(273쪽).

 

학대를 자행하는 남성들의 단체에 가 보면 이들 모두가 어린 시절 학대를 받으며 자랐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291쪽).

 

헤파이스토스는 전에 지혜와 수공예의 여신, 아테나를 따라다니다가 겁탈한 적이 있다. 그녀가 원치 않는 성관계를 거부하자 그의 정액이 바닥에 떨어져 대지, 가이아를 수태시켰다. 그때로부터 ‘대지의 아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에릭토니오스가 태어났고 그 아이를 키우는 일이 아테나에게 맡겨졌다. 나중에 그는 전설에 나오는 아테네 왕가의 조상이 됐다(311쪽).

 

순응성은 현대판 프로크루스테스 침대라고 할 만하다. 남자라면 이러이러해야 된다는 표준 남성상이 남성들의 마음에 폭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남성은 맞지 않는 자신의 일부분들을 자르게 되거나 간격을 메울 수 있도록 맞는 부분을 잡아 늘이게 될 것이다(383쪽).

 

오랫동안 제우스의 자리는 논리적으로 난공불락인 듯 보였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레닌그라드 근처 체르노빌에서 일어난 원전 사고에서 나온 방사선 물질들이 어떻게 하여 네덜란드의 우유를 오염시켰는지, 브라질의 열대유림 파괴가 어떻게 지구의 기후를 바꿔 놓을 수 있는지, 핵전쟁이 어떻게 지구에 핵겨울을 가져올 수 있는지를 보고 있다. 우리는 점차로 서로 의존하고 있음을, 어떻게 지구의 운명을 공유하고 있는지를 깨닫고 있다. 제우스는 여전히 지배 권력의 원리이다. 그러나 제우스의 벼락이 지상의 생명을 파괴하지 않고서는 이용될 수 없다는 것을 의식하는 날에는 제우스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4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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