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호 지음. 뿌리와이파리 펴냄. 2020년 4월 20일 초판 1쇄.
가정학자들과는 별도로 소비자와 생산자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맡는 집단이 있었는데, 그들이 바로 ‘광고업자’였다. 이들은 앞의 집단과는 달리 최소한 중립적이거나 양쪽을 중재한다는 의식조차 갖지 않았으며, 거의 전적으로 광고주의 이해관계만을 최대한 반영하고자 애쓴 집단이었다(19쪽).
수돗물을 비롯해 가스·전기밥솥·중앙난방·세탁기·냉장고와 같은, 가정 내의 엄청난 기술변화에도 불구하고 왜 선진 산업국가들에서 가사노동은 여전히 전체 노동시간의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는 것일까(23쪽)?
가정과학운동의 실제적인 영향을 받은 사람들은 1900년에서 1920년 사이에 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전간기, 즉 양차 세계대전 사이에 졸업 후 어른이 된 세대였다(69쪽).······중략······유감스럽게도 가정과학 개혁가들의 이러한 청결에의 집착은 최종적으로 기업의 이익으로 귀결됐다. 비누나 위생 관련 업체들은······중략······광고를 통해 자사 제품들을 발 빠르게 선보이면서 주부들의 공포와 죄책감에 호소하기 시작했다(70쪽).
결국 가정과학운동의 목표는 산업사회가 설정한 남녀의 교유한 영역을 인정하는 것이며, 여성의 고유한 영역인 가정도 남자들이 공장을 과학적으로 관리하듯이 과학적으로 관리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가정경제학자들은 여성들에게 사회의 전문직을 추구하기보다는 주부로서 부엌에 머물라고, 나아가 가정생활을 향상시키는 것에만 관심을 가지라고 여성들에게 조언했다(78쪽).
공중위생과 개인위생은 20세기 초에 오면 이미 일상화되어 있었다. 미국인들은 강박적일 만큼 위생과 청결에 집착했다. 덕분에 흰색은 바로 이 위생과 청결의 상징이 됐으며, 결국 모든 가전제품은 조만간 백색으로 도배를 해 백색가전이 될 예정이었다(148쪽).
MIT 대학의 인공지능연구소 소장이자 로봇 엔지니어인 다니엘라 러스(1963 ~ )는 세탁기를 인류의 위대한 발명품으로 치켜세웠다(160쪽).
19세기 후반 세탁소가 등장하면서 웬만한 중산층의 경우 세탁소로 세탁물을 보낸 덕분에 세탁 시간이 줄어들었는데, 전기세탁기가 가정에 자리 잡으면서 세탁일이 또다시 주부의 몫으로 바뀌었다(176쪽).
전통적으로 빨래를 할 때는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세탁부와 혹은 이웃과 같이 얘기를 나누면서 힘든 일을 덜거나 잊을 수 있었다. 그러나 세탁기 성능이 좋아질수록 혹은 세탁기가 자동화될수록 여성들은, 주부들은 고립되어 갔다(195쪽).
노동시간이 줄어들고 있었다. 미국인들이 1850년에 주당 평균 66시간을 일했다면 1920년이 되면 48시간을 일하고 있었다(210쪽).
‘코완의 패러독스’에 대해서 기존의 설명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특정 가사일에 대한 노력이 줄어든 반면, 그 일의 양은 증가했다. 그 결과 노동절약의 효과가 상쇄됐다. 둘째, 가내하인의 공급이 줄어들면서 그들이 했던 노동을 시장에서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셋째, 가사노동과 구입한 설비가 대체재 관계일 때 노동절약적 인공물은 시장이라기보다는 가정에서 만들어 내는 방향으로 유도됐다. 넷째, 여성 노동력에 대한 수요가 계속적으로 낮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는 여성들은 여가활동이나 가사노동에 종사하게 됐다(289쪽).
시간 절약이 됐건 노동력 절약이 됐건 특정 목표를 지향하는 가전제품들은 특정의 임무에 투여되는 가사노동시간을 줄이지 못했다. 게다가 몇몇 경우에는 가전제품을 사용하면 노동시간이 약간 증가하기도 했다(302, 303쪽).
UN에서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반영해 각국의 소득 통계에 활용할 것을 권고한 다음 해인 2018년 10월, 통계청은 2014년 기준 연봉으로 계산할 경우 ‘무급’ 가사노동의 1인당 시장가격은 710만 8000원이라고 발표했다. 이를 전체 국민으로 계산하면 360조 7300억 원이었다(여성은 272조 4650억 원, 남성은 88조 2650억 원). 이는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4.3퍼센트에 해당했다(3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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