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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꽃

eunyongyi 2021. 1. 10. 11:44

샤를 보들레르 지음. 황현산 옮김. 민음사 펴냄. 2016년 5월 10일 1판 1쇄.

 

잠깐의 수고! 무덤이 기다린다, 무덤은 허기졌다!

아! 당신의 무릎 위에 이 이마를 올려놓고,

불타오르던 하얀 여름을 그리워하며,

늦가을의 노랗고 부드러운 햇살을 맛보게 하여 다오(49쪽)!

-‘가을의 노래’

 

갈래를 친 내 마음이 당신들의 온갖 악덕을 즐기네!

내 넋이 당신들의 온갖 미덕으로 빛나네(67쪽)!

-’키 작은 노파들’

 

저들 앞에 일어서는구나, 장엄한 마술이여!

그리하여 나팔과 태양, 함성과 북소리의

멍멍하고 휘황한 법석 속에서

사랑에 취한 민중에게 저들은 영광을 안겨 준다(77쪽)!

-’넝마주이의 술’

 

어느 아침 우리는 떠난다, 뇌수는 불꽃으로 가득하고,

원한과 쓰라린 욕망으로 부푼 가슴을 안고,

그리고 우리는 간다, 물결의 선율을 따라,

끝 있는 바다 위에 우리의 끝없는 마음을 흔들어 달래며(81쪽).

-’여행’

 

그러나 참다운 여행자는 오직 떠나기 위해

떠나는 자들. 마음 가볍게, 기구와 같이,

제 몫의 숙명에서 결코 비켜나지 못하건만,

까닭도 모르고 노상 말한다, 가자(83쪽)!

 

코끼리 코가 달린 우상에,

찬란한 보석 아로새긴 옥좌에 우리는 절을 올렸지,

그 으리으리한 마경으로 자네들 금융가들에게

파산의 꿈을 안길 저 공들여 세운 궁전에도(89, 91쪽).

-’여행’

 

네 독을 우리에게 부어 우리의 기운을 북돋아라!

이 불꽃이 이토록 우리의 뇌수를 태우니,

지옥이건 천국이건 무슨 상관이냐? 저 심연의 밑바닥에,

저 미지의 밑바닥에 우리는 잠기고 싶다, 새로운 것을 찾아서(99쪽)!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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