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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개의 폭력

eunyongyi 2021. 7. 10. 11:36

이은혜 황예솔 임지영 조희정 이모르 김효진 지음. 글항아리 펴냄. 2021년 4월 28일 초판 인쇄.

 

고성과 발길질이 가해지던 어느 날 지나가던 중년 아저씨가 우릴 보고 타일렀다. “학생, 친구를 때리면 어떡해?” 하지만 “아저씨가 뭔데? 상관 말고 꺼져”라는 말을 듣자 아저씨는 몹시 놀란 나머지 재빨리 그곳을 떴고, 나는 구원자가 될 뻔한 사람을 놓친 후 오히려 그의 훈계 때문에 더 화가 난 K의 분풀이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22쪽).

 

학교는 청소년 세계의 전부이자 사회의 축소판이며 폭력을 가장 처음 맞닥뜨리게 되는 공간이다(36쪽).

 

어디선가 숨어서 울고 있을 많은 승민이들이 세상에 나와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73쪽).

 

 시간이 지나면 아픔과 슬픔은 사라진다는 말은 거짓이다. 아픔은 여전히 가슴에 대못을 박은 듯 남아 있다(91쪽).

 

 세월이 약이라는 말은 거짓이다. 지금도 나는 미칠 것 같고, 죽을 것 같다(92쪽).

 

 나는 지금 승민이의 가해자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만약 유명인이 되어 나타난다면 그들을 보는 게 힘들어서 숨도 못 쉴 것이다(101쪽).

 

 당시 반 친구들끼리 생일 파티를 할 때는 생일 맞은 아이가 초코파이 한 박스를 사오는 게 원칙이었다. 나는 종종 준비물을 제대로 챙겨가지 못했는데, 이를 알고 있던 선생님은 나를 자리에서 일으켜 세운 뒤 “희정아, 초코파이 잊지 말고 꼭 챙겨와. 너가 안 사오면 못 먹는 애들 생기니까 책임지고 사와야 된다”라고 당부하셨다(118, 119쪽).······중략······울며불며 꼭 사가야 한다고 애원했지만 엄마는 매를 든 채 “학교에서 왜 간식을 사오라고 해?”라며 화를 냈고, 나는 빈손으로 학교에 가게 되었다.······중략······그날 선생님이 대신 초코파이를 사와서 다 같이 나눠 먹었지만 나는 내 몫으로 받은 초코파이를 만지작거리기만 한 채 봉지도 뜯지 못했다(119쪽).

 

어린 가해자들보다 학교폭력을 보고도 묵인했던 더 큰 가해자인 어른들이 더 원망스럽다(133쪽).

 

조용히 앉아 있는 내게 다가와 갑자기 머리나 등을 때리는 아이도 있었다. 빵셔틀은 물론, 돈을 뺏기는 일은 다반사였다. ‘씨발 새끼’ ‘병신 새끼’ ‘돼지 새끼’라는 욕설을 듣는 건 예사로운 일이었다. 코딱지를 먹어보라느니 실내화를 빨아오라느니 별의별 강요를 다 받았다(156쪽).

 

텔레비전을 틀었는데 화면에 K의 그 뻔뻔한 얼굴이 나온다면 그 순간이 바로 지옥문이 열리는 순간일 것이다. 한 번이라도 학폭에 시달려본 사람이라면 내 말을 바로 이해할 것이다. 모든 걸 잊고 사는 듯해도 일종의 방아쇠처럼 학폭의 가해자를 연상시키는 어떤 상황에 부딪히면 한순간에 일상이 무너진다(1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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