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권일 지음. 이데아 펴냄. 2021년 9월 13일 초판 1쇄. 2021년 10월 18일 초판 2쇄.
본래 비정규직은 고용불안을 감수하는 대신 임금을 더 받아야 하는 고용 유형이었다. 그럼에도 한국 사회는 사실상 같은 일을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임금도 적게 주고 해고도 마음대로 해왔다(18, 19쪽).
자원을 독점한 승자들은 ‘지대추구’와 ‘사다리 걷어차기’에 몰두하며 공동체의 장기적 생산성마저 떨어뜨린다(94쪽).
2016년의 한 연구에 따르면 사시는 시험 준비를 시작한 때부터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기까지 연평균 932만여 원, 총 6333만여 원이 필요했다. 참고로 사법시험을 대체한 변호사시험(로스쿨)의 경우 1인당 비용이 연평균 2217만여 원, 총 1억579만여 원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107쪽).
한국 사회는 여전히 ‘전쟁’처럼 처절하다. 가진 사람, 못 가진 사람 할 것 없이 각자의 전장에서 끝없이 고통받는다(168쪽).
사회에 법·제도로 민주주의가 완벽히 규정되어 있더라도 엘리트가 사익을 위해 공적 권력을 남용하거나 권력 남용을 통해 인민의 자유를 침해하는 경우, 민주주의는 치명적으로 훼손된다. 정실주의적 관행, 이해충돌, 공직자에 대한 스폰서의 존재, 인민에 대한 ‘갑질’ 등이 그 직접적인 예다(183쪽).
불평등은 인간의 권리를 침해한다. 많은 경우 개인의 빈곤은 그 사람의 잘못 때문이 아니라 사회구조나 불운에서 비롯하는데, 이 빈곤은 개인이 다양한 삶의 선택지들에 접근할 수단을 앗아가며 잠재력을 개발할 기회 또한 제한한다. 한마디로 불평등은 인간의 기본적 권리들과 자유를 직접적으로 침해한다. 따라서 불평등은 경제적 효율성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인간의 건강과 도덕적 정당성의 문제다(201쪽).
제도화된 폭력성이야말로 자본주의 사회의 특성이다(203쪽).
능력주의가 나쁜 근본적인 이유는 사람들을 오만하게 혹은 의기소침하게 만들어서가 아니라, 현존하는 불평등을 정당화하고 재생산하기 때문이다(249쪽).
지금의 참혹한 정규직·비정규직 격차의 기원에는 경제위기마다 노동유연성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정리해고제도와 파견근로자제도 등 비정규직 노동자의 착취를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법과 제도를 만들어온 정부와 기업이 있었음을 상기해야 한다(257쪽).
재벌의 고용은 전체 고용의 13% 수준이다(271쪽).
한국의 시민은 종종 광장에 모여 정치적 격변을 만들어내긴 했으나 전부 특정 정치 엘리트 세력을 다른 엘리트 세력으로 교체하는 데 그쳤다. 수백만 명이 모이는 촛불시위가 그렇게 많이 열렸음에도 그 시위가 분배의 평등화로 이어진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것, 아니 그것을 요구한 적조차 없었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한국 사회의 어떤 본질적 면모 중 하나다(276, 277쪽).
노조 집행부는 위임된 권한을 행사하는 조직인데, 젊은 세대일수록 이를 권위적이고 비민주적이라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다 보니 사소한 일 하나하나 전부 다수결에 부쳐야 하는 상황이 된다. 어려운 상황에 처한 다른 노조와의 연대 사업도 어렵다. “우리 문제나 신경 쓰라”며 온라인 게시판에 대놓고 ‘저격’이 올라온다(294쪽).
문화와 제도가 아무리 이기심과 냉소를 부추길지라도, 여전히 어떤 사람들은 노예적 힘이 아닌 해방하는 힘을 추구한다. 그런 이들이 모여 집단이 되고 제도와 문화를 바꾸는 행동에 나서면 비로소 세상은 변하기 시작한다(301쪽).
어떤 대안은 황당무계한 몽상으로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더 나은 세계를 향한 몽상은 포기되는 대신 구체화되어야 한다(3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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