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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탈루냐 찬가

eunyongyi 2022. 12. 18. 17:38

조지 오웰 지음. 김옥수 옮김. 비꽃 펴냄. 2017년 3월 15일 초판 1쇄.

나는 신문 기사를 쓰겠다는 생각으로 스페인에 갔지만, 도착하자마자 민병대에 입대했다. 당시로선, 그 분위기에선, 다른 걸 생각할 수 없었다(9쪽).

혁명과 미래에 대한 믿음이, 평등하고 자유로운 시대로 한순간에 들어선 느낌이 있었다. 인간은 자본주의 기계에 맞물린 톱니가 아니라 진짜 인간답게 행동하려고 노력했다(11쪽).

나는 그들이 우리와 다를 게 없다는 사실에 놀랐다(24쪽).

소총을 쏘았는데 노리쇠가 터져서 탄피 조각에 머리 가죽이 갈가리 찢어진 것이다. 우리에겐 첫 번째 부상병인데, 스스로 다쳤다는 사실이 독특했다(28쪽).

내가 인간을 겨냥해서 총을 쏜 건 그게 처음이었다(30쪽).

민병대 편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장교와 사병이 동등하다는 사상이다(35쪽).

실제로, 민주적이고 ‘혁명적’인 규율은 흔히 예상하는 이상으로 믿음직하다. 노동자 군대에서 규율은 원칙적으로 자발적일 수밖에 없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혁명 정신에 근거해서 움직이지만, 부르주아 징집병은 궁극적으로 공포에 근거해서 움직인다. “민병대를 대체한 인민군은 두 가지 유형에서 중간이다.” 민병대는 일반 군대에서 일상 일어나는 기합이나 학대를 조금도 용납하지 않았다. 일반적인 군법회의나 징계는 있지만, 극히 심각한 범죄에 한정했다. 병사가 명령에 복종하지 않아도 그 자리에서 처벌하는 대신, 동지애로 호소했다. 사람을 다룬 경험이 없고 냉소주의만 가득한 사람이라면 이런 방식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단번에 말하겠지만, 실제로 그런 방법은 장기적으로 볼 때 “효과”가 확실하다. 아무리 엉망진창이던 민병대 신병이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규율은 눈에 띄게 나아졌으니 말이다(36쪽).

하지만 높은 자리에 있는 이들은 두 눈을 감고 움직이는 사람들이란 생각이 저절로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80쪽).

사람이 안 사는 중립지대 오두막에서 이런 써레를 처음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94쪽).

속물근성이라든가 돈을 악착같이 모은다든가 상관을 두려워하는 등, 문명 세계에서 극히 일상적인 모습은 아예 보이질 않았다(121쪽).

이런 사건에 참여한다는 건 미약하나마 역사에 참여하는 셈이니 당연히 역사적 인물이 된 기분일 것 같지만, 실제는 완전히 다르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주 사소한 문제에 빠져드느라 다른 건 하나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160쪽).

싸워서 지는 편이 아예 안 싸우는 편보다 효과적일 때도 있는 법이다(176쪽).

공산당 언론에 실린 기사를 읽다 보면 구체적인 사실을 전혀 모르는 대중에게 편견을 심어 주는 게 유일한 목적이라는 생각이 절로 떠오른다(192쪽).

스페인 내전은 정말 끔찍한 참사로 드러날 수밖에 없으나, 이렇게 끔찍한 참사를 잠시 목격한다고 해서 환멸과 냉소만 가득 쌓이는 건 아니다. 정말 이상한 건, 엄청난 참사를 경험하는 동안 나는 인간의 존엄성을 믿는 마음이 줄어든 게 아니라 오히려 훨씬 강하게 단련되었다는 사실이다(2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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