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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예 — 오상원 중단편선

eunyongyi 2017. 3. 29. 23:55

오상원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2013년 3월 6일 초판 8쇄.

 

아무래도 내 소설 읽는 게 좀 모자란 듯. 책 뒤에 딸린 작품 해설(354쪽)과 내 독후가 어긋났지 뭔가. 전쟁에 대한 “탁월한 묘사와 비판 의식이 돋보이는(370쪽)” 소설이라는데 나는 되레 거꾸로 느낀 곳 많았다.

“<실기>는 어린아이의 시선을 빌림으로써, 국가와 전쟁 동원, 그리고 그 책임에 대한 물음을 끝까지 추구하기 어려운 소설적 장치를 미리 마련해 뒀다는 점에서 작가의 치밀한 계산이 엿보이는 소설”인데 그 까닭이 “문제 제기는 하되, 그것이 검열 당국의 시빗거리가 되도록 만들지는 않겠다는 것(364쪽)”이라고. 음. <실기>는 그럴 듯도. 한데 지은이의 ‘문제 제기’와 ‘비판 의식’이 책 읽는 내내 내게 닿았나. 잘 모르겠다.

아무래도 내 소설 읽는 게 좀 서투른 듯. 내 보기엔 지은이가 “일제히 공산당의 본거를 중심한 기타 처소를 포위하고 들고일어섰(54쪽)”던 쪽에 죽 서 있었기에 생각도 마찬가지였을 성싶은 느낌이 이어졌으니까. “이북에서 빨갱이들하고 싸우다 넘어온 수많은 학생들이 한데 모였다는 거야.……중략……이북에서 넘어올 때 품었던 정열은 버릴 수 가 없었다는 거지. 그래 그들은 정치적 투쟁을 계속하기 위하여 단체를 조직했다지 않나. 주로 빨갱이들을 들이쳤다는 거야(73쪽)” 같은 델 읽으며 죽. 어쩌면 이런 게 한국전쟁을 겪고 그 뒤를 살아 낸 사람이, 소설가가 가끔 품고는 하는 — 품을 수밖에 없을 만한 ― 생각일까 싶은 걱정마저 일었고.

바야흐로 <현실>은 거북했다. 제 놈 살자고 착한 사람 등에 총 쏘는 걸 어쩔 수 없는 ‘현실(現實)’로 여긴 듯했기에. 음. 아무래도 내 소설 읽는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