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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의 도전

eunyongyi 2017. 3. 19. 17:47

정희진 지음. 교양인 펴냄. 2017년 1월 20일 개정증보판 9쇄.


“남성이 여성주의자가 되는 것은 자기 존재를 상대화해야 하는, 자신을 후원하는 ‘아버지’를 버려야 하는, 매일매일 보이지 않는 (가사) 노동을 감당해야 하는 힘든 일이다. 그야말로 존재의 전이인 것이다(49쪽).”

가사(家事). 집안일. 표준국어대사전이 ‘가사’를 ‘한 집안의 사사로운 일’ — 공적(公的)이 아닌 개인 일 ― 로 여긴 게 껄끄럽되 잠깐 접어둔 채 곰곰 살펴본들, 나는 뭐 하나 제대로인 게 없는 성싶다. 기껏해야 설거지요 마지못한 걸레질에 시켜야 하는 화장실 닦기에 지나지 않았네. 무거운 물건 조금 옮기며 귀찮다 투덜대고 모아 둔 쓰레기 나눠 내놓는 것쯤에 생색은 또 엄청났지.

나는 마흔아홉 되도록 뭐 하나 제대로 버리고 바꾸지 못한 성싶어 몹시 부끄럽네. 생각 모자라 여태 갈 길 멀고 배울 것 많아 낯부끄러우이.

“음식을 만들되 먹지 말라, 말라깽이가 되되 가슴과 엉덩이는 풍만하라, 정숙하면서도 섹시하라……. 식욕‧성욕‧수면욕은 인간의 3대 욕구가 아니라 남성의 3대 욕구인 셈이다(113쪽).”

한껏 기울어 엉큼한 바람에 기대어 밉살스럽게도. 나는. ‘남자로 태어나 다행’이라 생각한 날이 길었네. 말과 몸짓은 그렇지 않은 척했으되 머릿속 깊이 뿌리박힌 그 얄팍한 마음 놓기. 하니 생각이, 몸이 제대로 움직였을 리 있나. 마음 편치 못하고 못내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