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유. 팔월 10일 오후 뜻밖 자동차 사고 났지만 크게 다치지 않은 걸 처음부터 느꼈습니다. 가만히 서 있다가 느닷없이 뒤차에 들이받힌 바람에 적잖이 놀랐으되 몸은 말짱했으니까요. 피 나거나 움직이지 못할 곳 없었죠. 들이받힌 차를 견인차 부리는 이에게 맡기고 남태령역으로 터벅터벅 걸어가며 가만가만 몸 움직임 짚고, 집에 닿아 그날 밤 잠들 때까지도 어느 한곳 거북스런 데가 없었습니다.
음. 머리는 조금 띵했죠. 어릴 적 마구 뛰다가 나무나 바위 같은 것에 부딪혀 코피 터졌을 때와 비슷했다 할까요. 코언저리와 뒤통수를 함께 치는 피 떨림 같은 게 두통인 듯 어지럼인 듯했습니다. 코피 터지진 않았고요. 아주 조금 띵했기에 한숨 돌리면 나아지리라 생각했죠.
11일 아침. 뒤통수에 남아 있던 작은 어지럼은 사라졌습니다. 한데 ‘어!’ 등이 살짝 결리더군요. 침대에 누워 있을 때까진 괜찮았는데 일어나다가 담 결리듯 뜨끔했죠. 깊고 무거운 담은 아니었습니다. 들이받혔을 때 오른쪽 허리 아래가 뻐근했다 싶었는데 그 느낌은 사라지고 등에 담이 조금 남은 성싶었어요.
그날 아침 병원에 찾아가 등마루와 목과 허리와 무릎을 살폈습니다. “등이 좀 결린다”고 말한 터라 엑스레이로 몸속 들여다보기로 한 거죠. 무릎까지 살핀 건 사고 났을 때 뒤에서 받히자마자 브레이크 페달 위에 있던 오른발을 깊게 밟아 버티고 난 뒤 무릎이 조금 시큰했던 게 생각났기 때문. 걸을 때 거북하진 않았으니 크게 잘못되진 않았다는 건 이미 느꼈고, 몸 어느 한곳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겠다”는 얘기를 들었네요. ‘후유… 가벼운 후유(後遺)로구나.’
사고 뒤 이틀째인 12일 아침. 오른쪽 종아리가 뻐근했습니다. 어릴 적 소풍 다녀온 다음 날이나 갑자기 뛰거나 공을 차고 난 뒤처럼. 음. 무릎보다 종아리가 더 놀랐던 거죠. 사고 난 날(10일)과 11일엔 말짱했던 종아리가 12일 아침에 뻐근하니 좀 색다르더군요. ‘이런 게 후유(後遺) 비슷한 것이로구나.’ 앓는 소리가 좀 길었습니다만 몸은 곧 좋아질 것이라 느낍니다.
그건 그렇고 안타까운 게 있네요. 사고 난 곳에 가장 먼저 견인차를 몰고 왔던 이가 제게 이런저런 얘기를 했는데, 특히 “종합병원 같은 데 가지 말고 입원용 침상이 있는 동네병원이나 한방병원이 좋다”는 것. 허. 저더러 이른바 ‘나이롱환자’가 되라는 거. 앓는 소리 내며 길게 드러누우라는 얘긴데 그럼 안 되죠. 몸 괜찮은지 살펴보려 병원 찾아가느라 쓴 서너 시간이 가뜩이나 아까운데 나이롱환자 돼 더 허투루 쓸 일 아니니까요. 쓸데없는 입원으로 시민 건강보험 체계를 무르게 해서도 안 될 일이기도 하고. 어려울 때 서로 믿고 기댈 한국 사회 밑바탕을 그리 흩뜨려서야 되겠습니까. 그러지 맙시다.
안타까운 거 하나 더. 제가 타고 서 있다가 뒤에서 들이받힌 ‘아반떼’는 그동안 달린 거리가 1313킬로미터쯤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새것에 가까운 걸 망가뜨렸으니 고치는 품 많이 들어 사고 낸 분 보험료가 제법 오르겠죠. 특히 새것에 가까운 자동차가 제대로 더 길게 쓰이지 못하고 망가졌으니 씀씀이가 그만 헤프게 되고 말았네요. 음. 보험사에선 ‘추돌(追突)’이란 말을 쓰던데 그리 ‘뒤에서 들이받은 사고’는 온전히 들이받은 차를 부린 사람 잘못이라더군요. 하긴 안개 같은 게 끼어 앞이 어두웠던 것도 아닌데 한눈팔지 않고서야 어찌 가만히 서 있는 차를 들이받았겠습니까. 음. 그리 느닷없이 들이받혀 보니 운전할 때 해찰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 절로 솟네요. 자동차를 오래 잘 쓸 길이요, 그게 사람 여럿 살리는 일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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