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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분. 갚아 주라고 맺히는 것.

eunyongyi 2017. 9. 9. 12:51

2015년 봄 어느 날. 출근길. 인천 문학터널을 오른쪽에 둔 청학사거리에서 송도로 가는 왼쪽 길 신호를 기다리던 나. 소리쳤다. 아! 크게. 아아! 더 크게. 야아아아아아! 있는 힘 다한 부르짖음.

소리엔 아무런 뜻 담기지 않았다. 외침을 따로 준비하지 않았으니까. 툭. 신호등 바라보다가 튀어나왔다. 가슴속 무엇인가 불쑥. 터졌다.

기자로 산 나를 일부러 깔본… 욕보인 ‘광고마케팅 사원 발령.’ 특히 유배지로 쓰느라 문 열었다 닫았다 법석 떨더니 쓰임새 사라지자마자 아예 없애고 만 곳으로. 건물주 사업이 넘어지다 못해 경매로 넘어간 건물인지라 전기가 끊기질 않나 더러워 벌레가 기어 나오질 않나 하던 곳에.

그곳에서. 나는. 더할 수 없이 어둡고 답답해. 그림자 복싱을 했다. 불쑥. 살며 복싱이란 걸 해 본 적 없으니 그저 통통 제자리 뛰며 왼 주먹 오른 팔 번갈아 뻗어 봤다. 오…랫동안. 그리 삭였다. 

“암담했다. 너무 화가 나 퇴근길에 신호대기를 하다 통곡을 하는 날도 있었다.”

구월 7일 김수진 MBC 기자가 <오마이뉴스>에 쓴 글 속 두 토막. 으음. 눈길이 자꾸 ‘암담’과 ‘화’와 ‘통곡’에 붙들리니. 새삼. 옛 봄 그 어느 날 아침 청학사거리 울분이 내게 다시 쏟아졌다. 울분. 음. 내게 울분은 “갚아 주라고 맺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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