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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용이 책 — 안상수 마침표

eunyongyi 2017. 12. 2. 18:57

<이제야 마침표를 찍는다>는 안상수 창원시장이 변호사였던 1995년 삼월에 찍은 끝점. <박종철 열사와 6월 민주화 운동>은 경기 의왕·과천 한나라당 국회의원이던 2011년 이월에 내놓은 온점.

두 책 모두 ‘박종철 사건 수사검사의 일기’라는 꾸밈말이 달렸습니다. 같은 얘기인 거죠. 2011년 이월 치 서문에 “책의 내용은 동아일보사에서 발간했던 그대로 거의 증감을 하지 않았다. 다만 내용 중 ‘그 이후 나는’과 ‘후기’는 현시점에서 싣기에 적절하지 않아 삭제하였다(15쪽)”고 밝힌 것을 봐도 거의 같은 책인 게 틀림없습니다. 왜 ‘그 이후 나는’과 ‘후기’를 뺐을까요. 스스로 되돌아보니 부끄러웠거나 아예 생각이 바뀌었기 때문으로 나는 봅니다.

안 시장은 1995년 삼월 치 ‘그 이후 나는’에 “박군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언제나 인권보장을 위하여 최선을 다할 것(361쪽)”이라 다짐했죠. ‘후기’엔 “우리는 정권을 찬탈하고 박군과 같은 어린 학생과 수많은 사람을 죽게 한 군사정권을 결코 용서해서는 안 되며 과거의 그 아픔을 잊어서도 안 된다(365쪽)”고 썼고요. 한데 그걸 한나라당 국회의원이던 2011년 이월엔 똑같이 말하거나 쓰기가 어려웠을 겁니다. 박정희·전두환 군사정부에 뿌리를 둔 데다 이명박근혜 쪽 서슬이 퍼렇던 한나라당 안에서 어찌 감히 그리할 수 있었겠습니까. 이런저런 구실을 댈 수 없으니 그저 “현시점에서 싣기에 적절하지 않아 삭제하였다”고 말하고 말았겠죠, 뭐.

<이제야 마침표를 찍는다>는 뜻있는 기록이긴 합니다. 안상수 시장이 박종철 열사 부검 때로부터 수사를 맡은 검사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얼마간 한 것에도 무게를 둘 만하죠. 하지만 “나중에 공범이 더 있었다는 것과 축소은폐조작 부분이 밝혀져 결과적으로 졸속수사였음을 자인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81쪽)”을 만큼 안상수 검사가 한 일은 마땅히 다할 바에 닿지 못했습니다. 책 안 여기저기에 이런저런 핑계가 똬리를 터 눈에 거슬린 까닭이기도 할 테고요. 검사 안상수는 검찰을 나와 한동안 힘없는 사람 쪽에 선 변호사로 살 것처럼 보였지만 1996년 사월 신한국당 품에 안겨 과천·의왕 제15대 국회의원이 됐죠. 16·17·18대 국회와 2014년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모두 한나라·새누리당에 안긴 채 치렀습니다.

음. 영화 <1987>이 곧 개봉한다더군요. 배우 하정우 씨가 ‘최 검사’로 나올 모양이던데 ‘안상수 검사’에게 쓸데없는 덧살이 붙지나 않을까 걱정됩니다. 그럴 까닭 없거든요. 마침표…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