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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용이 우표 — 1978·1979·1980년 “이삼십 원짜리” 박정희

eunyongyi 2017. 11. 14. 23:02

2017년 십일월 14일. 박정희 태어난 지 100년 된 날이라며 여기저기서 좀 법석거렸습니다. 무턱대고 “탄생”이라 큰소리치고 “탄신”이라 덤비는 사람 있는 모양인데 거참 딱하네요. 아주 조금만 차분히 되짚어 보면 무슨 일 있었는지 쉬 알 일이잖습니까. 무엇보다 헌법과 민주주의를 짓밟은 군사 쿠데타 우두머리를 두고 “탄신”이라 따로 기릴 생각은 눈곱만큼도 낄 리가 없겠죠.

음. 내게 쓰레기 같은 박정희 우표도 있더군요. ‘1978년 제9대 대통령 취임 기념’이라고 새긴 “이런, 이십 원짜리” 우표딱지. 박정희는 그해 칠월 6일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 2578명을 모아 놓은 장충체육관 선거에서 2577표(기권 1표)를 얻어 아홉 번째 한국 대통령이 됐습니다. 득표율 99.96%. 참 말도 안 되는 선거였죠. 박정희는 그리 터무니없는 선거와 득표율을 부끄러워하기는커녕 몹시 기뻤던 모양입니다. 제9대 대통령에 취임한 그해 십이월 27일(수)을 임시 휴일로 삼았고 옛 궁궐 입장료를 받지 않게 했다죠. 그날 밤 통행금지까지 풀었다고 하더군요.

그때 박정희의 대통령 임기는 1984년 십이월까지였습니다. 내 옛 우표를 보니 1979년 사월 22일 레오뽈 세다르 셍고르 세네갈 대통령, 같은 해 유월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다녀갔네요. 그해 시월 26일 박정희가 총 맞아 죽었으니 우표도 더 나올 일 없었겠구나 싶었는데 웬걸 1980년 이월 2일 ‘박정희 대통령 추모’라고 새긴 게 나왔습니다그려.

나는 1979년 시월 박정희가 갑자기 죽었을 때 초등학교 5학년이었고, 담임선생님과 함께 읍내 군청에 가 영정 앞에 하얀 국화 한 송이를 놓았죠. 그걸로 다였던 것 같아요. 1980년 이월까지 박정희를 그리며 생각한 적 없습니다. 삼십 원짜리 박정희 추모 우표 낱장 다섯 개. “쓰레기통에 버려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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