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석천 지음. 동아시아 펴냄. 2015년 11월 3일 초판 1쇄. 2015년 11월 26일 초판 4쇄.
미국 연방대법원은 1960년대 들어 공무원의 공무 수행과 관련된 보도에 대해 ‘현실적 악의(actual malice)’ 기준을 확립했다. 거짓임을 알면서 보도했거나 사실 확인과정을 무분별하게 건너뛰었을 때만 명예훼손 책임을 지우는 것이다.······중략······우리 법원의 판례는 몇 문장으로 요약된다. “국가기관의 업무 처리가 정당하게 이뤄지고 있는지는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돼야 한다.” “정부 또는 국가기관은 원칙적으로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 “보도 내용이 공직자에 대해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이 아닌 한 쉽게 제한돼서는 안 된다(148, 149쪽).”
법이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법정신은 내버린 채 법조항만 갖다 쓰는 건 아닌지에 대한 고민과 반성은 보이지 않는다(165쪽).
‘시시각각’과 ‘시평’은 개인 칼럼으로 내용에 관한 사전 협의를 하지 않는다(171쪽).
1945년 8월 미국에 항복할 때도 “천황폐하의 대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양해”를 전제 조건으로 제시했던 일본은 이후 평화헌법에서 대권을 삭제했다. 문제의 단어엔 주권이 국민이 아니라 한 명의 통치자에게 있다는 전근대적 논리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177쪽).
보수-영남 정권 36년(1961 ~ 1997년)은 일제 36년과 맞먹는 시간이다(188쪽).
절차가 흐트러지면 결론도 오염된다는 것이 근대 소송법 정신이다(271쪽).
한 대형 로펌은 전국 판사들의 과거 좌우 배석 DB를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272쪽).
대법원 판례는 실제 손해는 물론 ‘손해 발생의 위험’까지 배임액에 포함시킨다. 예를 들어 100억 원의 담보제공이나 지급보증, 외상거래, 대출을 했을 때 실제 손해가 10억 원이라 해도 100억 원 전액을 배임으로 본다(286쪽).
“인생의 마지막 뒷모습을 망쳤다. 악마의 덫에 걸려 빠져나가기 힘들 듯하다. 모두 내가 소중하게 여겨 온 ‘만남’에서 비롯됐다.”
임상규 순천대 총장(전 농림부 장관)이 남긴 유서가 가슴을 친다(290쪽).
철학자 사사키 아타루는 “읽고 쓰는 것이야말로 세계를 변혁하는 힘”이라며 이렇게 말한다. 호모사피엔스는 생물 종의 평균 연령 400만 년 중 20만 년이 지났을 뿐이다. 미술과 음악은 수만 년간 이어져 왔지만 문자가 발명된 지는 고작 5000년이다. 문학은 끝났다? 창피하니까 그런 말은 그만두라. 실로 많은 것이 아직 가능하다(348, 349쪽).
3. <절망의 재판소>라는 책이 있다. 재판관(판사) 출신인 일본 로스쿨 교수가 일본 재판소(법원) 내부를 적나라하게 고발하는 내용이다. 그는 일본 재판관들을 ‘정신적 수용소 군도’의 수감자들이라고 지적한다. 국민의 권리를 지켜주려는 의지가 거세된 재판관들로부터 추행과 괴롭힘을 일삼는 재판관의 모습까지 가감 없이 폭로한다. 과연 이런 책이 한국에서 나올 수 있을까. 이런 책을 쓰겠다고 나서는 판사 출신 법조인이 있을까(3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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