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진 지음. 영림카디널 펴냄. 2014년 11월 10일 1판 1쇄. 2014년 11월 25일 1판 2쇄.
(워킹맘 박)누리 씨는 지하철 플랫폼에 앉아 한참을 울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임산부로 산다는 것이 이렇게 서러운 것인지 직접 겪기 전에는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중략······임신 기간 내내 노약자임에도 노약자석에 앉을 수 없는 상황은 빈번하게 일어났습니다. 출퇴근길의 대중교통이 힘든 것은 그 안이 너무 붐비는 탓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 힘든 것은 노약자석에 앉아 있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사람들이었습니다(137쪽).
한번은 아이에게 무언가 사 올 때마다 “아빠가 사 준 거야”라고 말하는 남편의 모습에 그런 말을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습니다(142쪽).
애초에 결혼은 다른 누구와도 아닌 두 사람이 한 것이라는 점은,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결혼의 이유이니까요(159쪽).
결혼은 어느 한 사람의 삶에 또 한 사람이 편입되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이 함께 제3의 새로운 삶의 방식을 만들어야 하는 계기입니다(177쪽).
함께 살기 시작한 후부터 집안 살림을 꾸려 가는 것은 모두 아내 정자 씨의 몫이었습니다. 남편 영찬 씨는 원체 생활 감각이 없었습니다. 매달 얼마의 월세를 내야 하는지도 모르는 것은 물론이고 기본적으로 숫자 계산 자체에 밝지 못했죠. 그저 마누라가 어떻게든 해 주겠지, 혹은 어떻게든 살게 되겠지 하는 태평한 생각뿐이었습니다. 억척스럽게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아등바등하는 것은 늘 정자 씨의 역할이었습니다(186쪽).
우희 씨가 생각하는 결혼이란 일종의 팀을 이루는 일입니다. 누군가 앞서거나 뒤서는 것이 아니라 동등한 권리와 자격을 누리며 팀워크를 발휘해야 합니다(213쪽).
자신의 폭력의 이유를 늘 남의 탓으로 돌리며 합리화하려던 남편과 그 폭력을 무기력하게 받아들이던 아연 씨는 이상한 상호작용으로 관계를 지속하고 있었던 것입니다(217쪽).
(지은이 친구) “결혼은 남자의 똥이 묻은 팬티를 빠는 일이고, 변기에 묻은 남의 오줌을 닦는 일이고, 나는 먹고 싶지도 않은 아침 밥상을 차리는 일이야. 결혼 전에는 내 할 일만 하면 생활의 모든 것은 엄마라는 보이지 않는 손이 다 해 줬지만, 이젠 내가 그 보이지 않는 손이 되어야 하지. 생각해 봐. 우리가 하기 싫었던 일을 모두 엄마에게 미뤘을 때, 그 싫은 일들을 다 해 주는 것이 엄마한테는 결혼이었어(2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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