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의 지음. 북스코프 펴냄. 2016년 1월 20일 1판 1쇄. 2016년 11월 30일 1판 3쇄.
‘참을 수 없는 욕정’ 같은 것이 존재하는지도 의문이지만, 설령 존재한다 한들 그것을 발현하는 것은 범죄이고 그 주체는 범죄자일 뿐이다(52쪽).
미국에서는 누군가 나를 만졌을 때 그것이 폭력인지 아닌지는 피해자의 주관적인 영역으로 존중한다. 즉 내 몸에 손을 댔다는 것까지만 입증하면 상대방의 의도나 만짐의 강도까지 입증할 필요가 없다(74쪽).
데이트폭력은 데이트 중 발생하는 사건·사고의 갈래가 아니다. 그냥 ‘폭력’이다(93쪽).
“그런 걸 찍는 놈들은 한결같이 ‘너를 보고 싶을 때 보려고 그런다’라고 말하죠. 그런데 그런 걸 찍고 싶어 하는 놈들은 상대를 보고 싶고 기억하고 싶은 게 아니에요. 그냥 그런 걸 찍거나 보길 좋아하는 놈들일 뿐이죠(100쪽).”
우리 사회는 사랑과 연애에 취약하다.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사랑은 가르치지 않으면서 결혼은 가르친다. 연애는 가르치지 않고 임신과 출산에 대한 성교육에 집중한다. 사랑이 때때로 찾아오고, 그렇게 찾아왔던 사랑이 또 찾아온 숫자만큼 끝나는 순간이 올 수도 있음을 말해 주지 않는다(115쪽).
애초에 추행은 상대의 성적 매력이 유발하는 것이 아니다. 잘못된 망상에서 태어나 힘의 불균형에서 꽃피는 것이다(146쪽).
교육부에서 만든 교사용 성교육 자료가 문제가 된 적이 있다.······중략······“남성은 돈, 여성은 몸이라는 공식이 통용되는 사회에서는 데이트 비용을 많이 사용하게 되는 남성의 입장에서는 여성에게 그에 상응하는 보답을 원하기 마련이다. 이 과정에서 원치 않는 데이트성폭력이 발생할 수도 있다(218쪽).”
여성의 가사노동은 남성의 경제적 부양에 비해 가치가 덜한 노동이 아니다. 여성이 가사와 육아에 전념하는 것은 부부 사이에서 합리적인 분업과 분담을 한 결과물이다. 그래서 10년 이상 함께한 부부일 경우, 어느 한쪽이 해 온 가사노동의 가치를 부부가 축적해 온 경제활동 결과의 절반으로 계산하는 것이다(222쪽).
여성으로서 사회생활을 한다는 것은, 나이가 들고 조직 안에서 지위가 올라갈수록 내가 소수자임을 깨닫는 과정이기도 하다(248, 249쪽).
“진실의 편린은 약자나 소수의 편에서 쥐고 있을 확률이 높지. 자네는 그런 입장에서 싸워 봤으니 알지 않을까 싶네. 다수의 입장에 서면 사는 게 쉬워지지. 다수나 강자의 입장에 선다는 것은 유리해지는 거니까 말일세. 하지만 법을 하는 사람은, 특히나 아직은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나마, 유리하지 않더라도 진실의 편린을 바라봐 줄 수 있어야 하지 않겠나(2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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