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銀容사說] 전자신문에서 기자가 사라진다
“많이 떠났다. 기자가. 전자신문에서.” 2014년 3월 삼성전자와 맞섰다가 6개월여 만에 풀 죽어 엎드린 뒤로 전자신문을 등지는 기자들 발걸음에 속도가 붙더니 최근까지 14명이나 사라졌다.
삼성전자 사태 한가운데에 섰던 이형수 기자와 서한 기자, 기자들 뜻 저버린 채 삼성에 굴복한 몇몇의 잘못을 앞장서 꾸짖은 오은지 기자가 떠났으니 더 말해 무엇하리요.
김유경 기자마저 떠났다. 언론 노동자의 어려움을 가슴에 품고 제대로 바꾸자고 외치던 이다.
14일 헤아려 보니 전자신문 편집국에서 기사를 쓰는 기자가 39명에 지나지 않았다. 직급은 부장이되 기사를 쓰는 — 데스크인 듯 아닌 듯해 기사를 그다지 많이 쓰지 않는 ― 기자가 8명인 걸 생각하면 31명이 지나치게 무거운 짐을 졌다는 얘기. 하루하루마다 28쪽(면)짜리 신문을 만들고, 가끔 4쪽짜리 특별 — 진짜 특별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따로 인쇄하는 — 기획물을 덧붙이는 신문사에 기사를 쓰는 기자가 30명쯤이라니… 이건 좀 아니다. 데스크인 듯 아닌 듯해 기사를 써야 하는 8명을 더하더라도 기자 39명이 뛰는 일간지는 기본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성싶다. 전자신문 지역총국 전국취재팀에서 뛰는 기자 6명 — 부장급 기자 5명 — 을 더해도 45명에 지나지 않는다.
전자신문. 한때 취재 기자가 90명에 이르렀던 매체. 기자 수가 절반으로 줄었고, 특히 2014년 삼성전자 사태를 앞뒤로 해 지금까지 14명이나 회사를 떠났다. 헌데 구원모 전자신문 사장은 2015년 8월 단체 교섭에서 연봉제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호봉제의 기본급을 한 푼도 올릴 수 없고 기자를 새로 뽑지도 않겠다며 노동조합을 을렀다. 노동조합이 연봉제를 받아들일 때에나 경력‧수습기자 9명을 뽑겠다고 했단다. 노동조합을 그리 으를 자신감(?)은 대체 어디서 왔을까.
전자신문 노사는 호봉제를 연봉제로 바꾸는 걸 두고 제대로 머리를 맞댄 적이 없다. 그동안 머리를 맞댈 까닭이 없었기 때문. 그랬음에도 임금 체계의 밑바탕을 송두리째 바꾸는, 더할 수 없이 풀기 어려운 문제를 단체 교섭에서 말 몇 마디 던져 뜻을 이루려 드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전자신문 언론 노동자는 지난 1년여 동안 14명이 떠난 빈자리를 메우느라 이미 많이 지쳤다. 기자 한 명이 한 쪽(면)을 도맡는 일도 잦다. 그 기자가 쓰러지면 대체 어찌할 셈인가. 형편이 그렇다면 단체 교섭 탁자에 ‘연봉제 받아들이면 사람 뽑겠다’고 던질 게 아니라 기자부터 뽑아야 마땅하다. 그게 사람 아끼는 것이요 전자신문을 사랑하는 거다. 인지상정(人之常情). 사람이면 누구나 가지는 보통 마음이 그렇다고 나는 본다.
여러 기자가 많이 지쳤다. 노동자부터 뽑는 게 사람 사는 이치로 보아 옳다. “뽑으라. 기자부터. 14명 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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