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아팠다. 가엽고. 마이너 신문사 교육출판팀 출판 쪽에서 나와 함께 일한 I. 그가 2014년 시월 지방노동위원회에 내놓은 내 부당 해고에 관한 의견서.
나는 I가 내민 의견을 낱낱이 따지거나 다룰 생각이 없었다. 내가 “동료나 하급자와는 원활한 관계를 유지했”다는 I의 말에 그의 진심이 얼마간 담겼을 것으로 어림잡아 헤아렸을 뿐. 나머지는 위계 앞세워 명령하거나 윽박지르기 일쑤였던 마이너 신문 총무국장 F의 잔꾀가 배어든 결과로 봤다. F의 얕은꾀에 따라 정보사업국장 A의 억누름과 회유가 덧씌워진 것으로 알았고.
실제로 그랬다. 뒷날 I는 동료였던 나를 부당 해고한 마이너 신문의 행위에 보탬이 될 의견서를 스스로 생각해 쓴 게 아니었음을 드러내 말했다. A가 몇 주에 걸쳐 I를 짓누르며 문구까지 바꾸게 했다는 것. I는 A의 압박을 끝내 물리치지 못한 자신을 자책한 것으로 내게 들렸다.
A가 I로 하여금 어떤 구절을 어찌 쓰거나 바꾸게 했을지는 눈에 선했다. 나를 부당 해고하려는 마이너 신문의 대리인(노무사)이 밑줄까지 죽죽 그어 놓기도 했으니까. “출판팀이 교육팀과 통합된 후 직속 상급자인 팀장(B)과 지속적인 업무 마찰이 있었다”는 거. 하여 “회사 재직 시 상급자와 원활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한 것 같다”는 의견. “동료나 하급자와는 원활한 관계를 유지했음에도 상급자와의 관계에 있어서는 개선이나 타협의 모습이 없었던 것 같다”는 거. 하여 “타 국(논설위원실)에서 최근 소속했던 정보사업국으로 재배치된 후 현 부서와 융합하려는 모습이 부족했다”는 의견. “근무 시간에 이어폰을 끼고 업무를 본다거나 업무 시간에 자리를 이탈해서 조합 활동을 했다”는 거. 하여 “부서를 재배치 받은 후 전 근무 부서에서의 업무 관행을 그대로 유지한 점이 아쉬웠”다는 의견. “동료가 자주 야근을 할 때에도 정시 퇴근을 고수했던 점은 부장 직급으로서 변화가 필요했던 모습이 아닌가 싶다”는 생각까지.
내가 이어폰을 끼고 일하는 걸 A가 싫어했다. A는 늘 비열하고 겁이 많았기에 그걸 내게 직접 말하지 못했다. 보기 싫다거나 이어폰을 빼라고 제대로 얘기한 적 없었던 것. A를 잘 핥았던 B(교육출판팀장)가 내게 ‘A가 내 이어폰 낀 모습을 싫어한다’는 걸 알렸다. 하여 나는 진즉 B에게 말했다. “출판팀에서 출간할 책을 쓰고 있는 거라 이어폰 끼고 집중했던 거”라고. “편집국과 논설위원실에서 기사나 사설 따위를 쓸 때에도 그랬다”고.
나는 마이너 신문 출판팀에서 책을 두 권 썼다. 다른 이가 쓴 원고를 교열하기도 했고. 그럴 때에만 귀에 음악(이어폰)을 꽂았다. 집중해야 했으니까. “에이(A)! 그게 그리 보기 싫었으면 내게 제대로 말하지 그랬니.” 쯧쯧.
그래, A. 그리고 F. 내가 ‘동료가 야근할 때 정시 퇴근을 고수했다’거나 ‘회사 재직 시 상급자와 원활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한 것 같다’는 I의 의견에서 나는 A와 F의 찡그린 상판을 봤다. A나 F가 늘 하던 — 마이너 신문에서 일하며 알거나 겪은 게 많지 않아 달리 말할 게 없기에 그나마 할 수 있던 — 말이었기 때문.
“그래, 그건 그런가 보다 하겠는데. A. 그리고 F. 내가 ‘업무 시간에 자리를 이탈해서 조합 활동을 했다’는 건 억지지. 음.”
내 보기에 그 말엔 F의 부당노동행위가 똬리를 틀었을 듯했다. 그 한마디를 두고 마이너 신문 사장의 부당노동행위 혐의를 따지기 어려웠고, 그 말을 I가 한 것으로 되어 있기에 내가 참고 말았지만 I를 짓누른 A와 F의 나쁜 뜻이 생생했던 거.
“노동조합에 가입하세요. 출판팀을 없애려는 회사(마이너 신문) 압박이 날로 심해질 텐데 홀로 버티기 어려울 겁니다.”
내가 I에게 거듭했던 말. 걱정. 내 마음이 그랬다. 참으로. 내 마음 그랬기에 I 의견서가 더욱 아팠다. 가엽고. 아닌 게 아니라 말 그대로 ‘나쁜 건’ 노동자끼리 다투게 하려는 마이너 신문 A나 F, 그 옆과 위 몇몇이었고.
▴I가 지방노동위원회에 낸 의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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