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와 가이새끼의 肖像 3
망종(亡種). 아주 몹쓸 종자. ‘가이’는 사실 그 ‘가이새끼’를 잘 몰랐다. 수년 전 그놈을 처음 보았으되 매일같이 끼고 산 건 아니었으니까. 가이가 그놈을 직접 낳거나 키우지도 않았으니 잘 알 턱이 없었다.
그놈을 잘 몰랐지만 가이가 할 수 있는 선택 가운덴 참 잘한 셈이었다. 망종. 그놈이 ‘아주 몹쓸 종자’였으니까. 하긴 유유상종(類類相從)인지라 가이가 그놈의 망종 기질을 첫눈에 알아보았겠지.
가이는 직접 그놈을 사냥에 내몰지 않았다. 또 다른 가이새끼가 그놈을 다그치는 모습을 보며 그저 미소 지었을 뿐. 뒷짐 진 채.
가이는 참으로 무식했으되 몇몇 가이새끼를 어찌 부려야 할지 얼마간 겪어 본 듯했다. 몇몇 가이새끼가 자신을 향해 앞다퉈 충성하게, 경쟁하게 꾀어 본 듯도 했다.
가이, 지금 행복하겠지. 눈앞에 충성하는 놈 많은 것 같으니까.
허나 끝난 게 아니다. 끝난 적 없다. 멀었다. 망종은 본디 제 주인도 물 줄 아는 종자니까. 제 가이를 진심으로 주인이라 여긴 적 없는 종자니까. 상황이 바뀌고 기회가 오면 언제든 누구든 무는 놈이니까.
가이, 하여, 적절한 시점을 찾겠지. 멍청하게 가이새끼에게 물릴 순 없다고 생각할 테니. 특히 토끼 사냥 끝난 뒤엔 가이새끼마저 ‘끓는 물에 삶아 죽이고(팽)’ 싶게 마련이겠지. 그게 망종이 망종을 대하는, 서로 먼저 물 틈을 노리는, 거스르기 힘든 가이와 가이새끼의 못된 습성 아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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