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열린 시청자미디어재단 7월 월례 조회. 사진은 아프리카TV 중계 영상에서 갈무리.
“또 뭐, 이사장이 휴일에 관용차를 몰다가 큰 사고를 냈다, 나중에 운전자를 어떻게 했다, 보험료를 어떻게 했다 하는 가당치도 않은 얘기들을 하고 있습니다. 또 특정 지역 운운하는 얘기까지 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의 진실은 여러분 대부분이 잘 알 것이기 때문에 더 이상 말하지 않겠습니다. 필요하다면… 진실을 다함께 얘기할 수 있습니다. 잘 모르는 분들에겐 오해다라고까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앞으로 사안의 사실 여하와 진실 여하, 그리고 사안의 경중에 따라 책임이 따를 겁니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한 번 보십시다. 이 모든 게 누구누구 특정인의 잘못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 물론 총체적으로는 재단 이사장, 그리고 경영진과 간부의 책임과 불찰, 실수들이 발생(한) (겁)니다. 거기에 입각해서 하나씩 처리해 나가겠습니다. 어찌되어서건 이런 얘기들이 나오고, 재단에 대해서 일부 언론이지만 구설에 오르게 된 데 대해서 이사장으로서 심히 유감을 표명합니다.”
이석우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이 7월 4일 월례 조회에서 한 말. 휴일 관용차 사고와 관련한 이 이사장의 기억은 그릇됐다. “가당치도 않다”고 말하는 건 도둑이 되레 매를 드는 꼴이고.
이석우 이사장이 일요일(2015년 11월 15일)에 관용차를 직접 몰다가 자동차를 22일간이나 수리할 만큼 큰 사고를 냈고, 나중에 운전한 책임을 운전기사에게 떠넘긴 데다 렌터카 보험 부담금까지 다른 직원의 출장비로 때운 건 사실이다. 사고 뒤 수리한 내용과 함께 보험 부담금 청구가 이루어진 걸 보여 주는 자료가 있기 때문. 사고가 난 다음날(11월 16일) 보험사에 사고를 접수하고 다른 자동차를 빌려 탄 것과 그날로부터 22일 뒤에야 망가진 곳 수리를 끝냈다는 걸 보여 주는 기록도 있고.
이석우 이사장이 내게 “(2015년 11월 15일이) 일요일이면 제가 운전한 것”이라며 “내가 (차를) 몰았을 때 한 번인가 두 번, 그런 적(사고)이 있어요. 뭐가, 이렇게, 범퍼가 어떻게 됐거나 타이어는 한 번 (교체)한 적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직접 운전한 것과 사고가 났던 걸 스스로 인정한 것. 내가 “바퀴 앞뒤축까지 상해 22일간이나 수리했더라”고 말했더니 이 이사장은 “그건 잘 모르겠고 밑에 뭐가 걸려가지고 펑크 난 거 있고, 그래서 그건 교체를 했다”고 기억했다.
이석우 이사장을 찾아가 이것저것 묻고 두 번 조우한 데다 서너 차례 전화통화까지 했더니 그의 말버릇을 아주 조금 알게 된 듯싶다. ‘오래돼 기억이 잘 안 나는데 만약 그랬다면 내가 어찌어찌했을 것’이라는 투. ‘오래된 기억’에 숨고 ‘만약’에 기대며 실제로는 하지도 않은 일을 두고 ‘어찌어찌했을 것’으로 빠져나가려는 꾀. 말투 곳곳에 ‘오래되고 만약이어서 어찌했을 것 같은 걸’ 숨겨 두는 거. 이런 말버릇 뒤에 “가당치도 않다”고 목소리를 돋우는 건 곤란하다. 진실을 덮으면 안 되니까.
“진실은 여러분(재단 임직원) 대부분이 잘 알 것이기 때문에 더 이상 말하지 않겠습니다. 필요하다면… 진실을 다함께 얘기할 수 있습니다. 잘 모르는 분들에겐 오해다라고까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한 것도 귀를 의심하게 한다. 거듭 들어 봤는데 이석우 이사장이 진짜 그리 말했다.
맞다. 진실은 시청자미디어재단 임직원 대부분이 잘 안다. 이석우 이사장이 일요일에 관용차를 직접 몰다 사고를 냈음에도 책임을 운전기사에게 떠넘겼다. 신입사원을 뽑으면서 호남 출신 지원자를 배척한 게 채용 전형을 통해 방증됐고. 하니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고 눙칠 게 아니다. “필요하다면… 진실을 다함께 얘기할 수 있다”지만 곧바로 “잘 모르는 분들에겐 오해다라고까지만 말씀드리겠다”고 잇대어 뒷말이 더 믿을 만한 얘기인 듯 슬쩍 넘어가려 드는 건 곤란하다. 진실을 덮으면 안 되니까.
이석우 이사장이 재단에서 일어난 이런저런 사건을 두고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말하는 것도 곤란하다. 이 이사장 책임이기 때문. “물론 총체적으로는 재단 이사장, 그리고 경영진과 간부의 책임과 불찰, 실수들이 발생(한) (겁)니다”라며 이 사람 저 사람 얽거나 말끝을 흐릴 일도 아니다. “모두 내 잘못”이라고 인정한 뒤 용서를 빌고 자신이 했던 말과 행동을 차분히 돌이켜 보는 게 옳다. 시청자미디어재단 안팎 눈길이 그렇다는 걸 잊지 마시라.
'銀容사說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틀記] 한숨 들이는 방통위 (0) | 2016.07.25 |
---|---|
기다리는 건 최성준 방통위원장 답변 (0) | 2016.07.15 |
‘웃으며’와 ‘피식’ (0) | 2016.07.05 |
검색어: 이석우 (0) | 2016.06.29 |
20대 국회 첫 정무위와 미방위 보며 뿌듯 (0) | 2016.06.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