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설비 제공, 방통위와 KT의 큰 호흡 필요하다
통신서비스는 전기나 철도처럼 자연독점이 일어나는 사업이다. 초기 투자비용이 큰 탓에 아무나 경영할 수 없어 자연스레 독점상태에 이른다. 공공재 성격이 강하다는 얘기다. 국영·공영기업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민영이더라도 정부의 가격 규제를 받는 게 일반적이다.
1980년대 유·무선 통신서비스에 쓴 국내 기기·선로·설비도 대부분 한국전기통신공사(KT)가 독점했다. 1991년 시외전화시장에 데이콤이 진입하면서 독점 구조를 깼다. 한번 트인 민영화 물꼬는 1994년 이동전화(신세기통신), 1996년 국제전화(데이콤), 1997년 시내전화(하나로통신), 1998년 초고속 인터넷(두루넷)으로 넓어졌다. 성공적인 듯했다. 세계 곳곳에서 민영화한 뒤 서비스 질 저하를 부른 나머지 다시 국영화한 사례까지 나온 전기나 철도와 달라 보였다. 공정 경쟁을 통해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음을 입증할 것 같았다. 소비자 편익도 얼마간 좋아졌다. 물론 통신사업 민영화 작업이 신자유주의가 왕성할 때 이루어져 ‘운이 좋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또 통신망(네트워크) 고도화를 통한 서비스 속도·질 개선을 빌미로 삼아 가격을 경쟁적으로 크게 올린 것을 헤아리면 ‘장기적으로 소비자 편익이 정말 좋아졌는지’는 의문스럽다. 그러하니 전기나 철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공했다’고만 해 두자.
‘상대적으로 성공한 듯한’ 통신서비스 민영화의 바탕에는 ‘독점 설비의 개방’이 있다. 새 사업자가 시장에 진입할 때 기존 독점기업이 보유한 만큼의 설비를 깔아 도전(경쟁)하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였다. 이에 정부가 나서 ‘꼭 개방할 설비와 사업자’를 지정했다. 개방한 설비를 쓰려면 당연히 적정한 대가를 내야 했고. 이런 구조에 힘입어 소비자는 여러 사업자의 통신상품을 비교해 보며 자신에게 더 유익한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그나마 단기적으로 소비자 편익이 좋아지는 듯싶었던 이유였다.
최근 KT의 통신 전용회선(설비) 의무 제공 규제를 두고 새삼 격론이 일었다. KT는 “전용회선 시장 점유율이 39.5%로 떨어져 설비를 개방할 필요가 사라졌다”고 주장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설비 제공 의무는 시장 점유율과 상관없다”고 본다. 전용회선 설비의 90%를 여전히 KT가 가져 꼭 개방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KT 설비를 계속 쓰려는 경쟁 사업자도 방통위와 기본적으로 입장이 같다.
관건은 적정 대가 아니겠는가. 설비 제공 조건과 알맞은 대가를 방통위가 중재하는 게 옳다. 마냥 두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방통위의 이쪽저쪽에 휘둘리지 않은, 빠른 결단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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