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 피난

2010.10.05. 08:55 ㅡ 혀가 입천장에 두 번 닿았다 떨어진다. 쯧쯧!

eunyongyi 2020. 6. 28. 22:34

국민체조

 

“국민체조오~ 시이~작! 하나 둘 셋 넷….”
아침 7시 50분쯤 서울 영등포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 본관 1층에서 음악과 함께 들려오는 소리다. 힐끗 돌아보면 여러 직원이 모여 조회에 곁들인 ‘국민체조’를 하는 것 같다.
8시 50분쯤 국민체조 음악과 구령 소리는 한 번 더 들린다. 영등포 보현의집에서 잠자리 신세를 진 노숙인과 직원이 모여 함께 체조를 할 때다.
인터넷에서 살펴보았더니, 숨쉬기로부터 다리·팔·목 등으로 이어지는 국민체조 12개 동작을 한 번 하는 데 2분 30초 정도 걸린다. 그다지 길지 않은 시간임에도 흐느적거리는 조회 참석자의 팔과 다리…. 땀 흘려 몸 푸는 ‘국민체조’의 목적(?)과 가치가 힘을 잃은지 오래다. 모든 면에서 군사적 관점이 우선이었던 ‘병영국가’에나 어울릴 체조니까.
정부가 그 체조를 보급한 게 1977년 3월부터였다니,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 3학년이던 기자는 귀에 못이 박히듯 ‘국민체조’ 음악과 구령을 들었다. 21세기에는 귓전에 닿는 음악과 구령 횟수가 뜸해지기는 했다. 하지만 불현듯 그 소리와 맞닥뜨리면 깜짝깜짝 놀라곤 했다.
“국제전화 국민번호~ 시이~작! 공 공 칠 공 공….”
최근 시작한 어느 통신서비스사업자의 국제전화 TV 광고에서 들리는 소리다. 귀에 못이 박히듯 했던 ‘국민체조’를 흉내 냈기에 귀에 이어 눈이 따라갔다. 아름다운 동갑내기 여배우가 구령을 붙이고 있었다. 광고를 보다가 피식 헛웃음이 나오기도 하니, 노출효과는 좋아 보였다. 하지만 못내 씁쓸한 것은 그 음악, 그 느낌이 병영국가 시절의 찌꺼기일 수 있어서다. 더욱 달갑지 않은 것은 그 잔재의 뿌리가 일제 강점시절로부터였기 때문이다.
낡은 생각과 생활양식의 찌꺼기는 생각보다 떨어내기가 어렵다. 1999년 “군국주의 유산인 군대식 체조나 전형적인 동원형 체조를 탈피하자”며 ‘국민체조’를 대체할 ‘새천년 건강체조’를 만들었지만, 그런 게 있는 걸 아는 이가 드물다. 지난달 17일 밤 서울 지하철 5호선 발산역 일대에서 카빈 소총을 들고 훈련하던 예비군의 왼팔에 ‘멸공’ 완장이 선명했던 것처럼!
-전자신문 2010년 9월 29일자 [프리즘]


*후기: 혀가 입천장에 두 번 닿았다 떨어진다. 쯧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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