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 피난

2009.09.21. 18:16 ㅡ 형태근과 이은용과 싸이월드

eunyongyi 2020. 6. 29. 01:00

형태근 방통위원의 인터넷 임시조치, 이은용의 재개시(開示), 싸이월드의 자율규제 개괄

 

#1 형태근 방통위원의 인터넷 임시조치

너무 쉽다. 게시물을 다룬 인터넷서비스사업자(포털 등)에게 ‘명예훼손 등 내 권리를 침해당한 것 같다’며 사업자의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간단한 신고 양식만 채우면 된다.
신고를 접수한 사업자는 지체 없이 게시물에 ‘가리개(블라인드)’를 한다. 인터넷에서 게시물이 보이지 않게 하는 것.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 가운데 제44조의2(정보의 삭제요청 등)과 제44조의3(임의의 임시조치)에 따른 조치다.
인터넷서비스사업자는 신고의 타당성이나 권리침해 여부를 따지지 않고 게시물을 덮어줄 확률이 매우 높다. 관련법 제44조의2 제4항에 따라 권리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거나 이해당사자 간 다툼이 예상되면 해당 게시물에 대한 접근을 ‘임시로 차단하는 조치’를 하는 것인데, 게시물에 따른 배상책임을 줄이거나 면제받기 위해 ‘일단 덮고 볼’ 확률이 높은 거다. 따라서 표현의 자유를 내리누르고, 저작 인격권을 훼손할 개연성이 크다.
형태근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은 ‘정보통신망법’ 관련 규정을 이용해 7월 25일 오후 ‘시우아빠 감언 고언’의 7월 8일자<사람이 곱나 일이 곱지 (2) 형태근 ㉮>와 7월 23일자<사람이 곱나 일이 곱지 (2-1) 형태근 ㉯>를 싸이월드 고객센터에 ‘권리침해 신고’를 해 ‘가리개’를 관철했다.
형 위원은 9월 1일에도 8월 31일자<사람이 곱나 일이 곱지 (2-2) 형태근 ㉰>편을 가리개로 덮어달라고 싸이월드 고객센터에 요구했다.

 

#2 이은용의 재개시(開示)

형평에 어긋난다. 신고 절차보다 상대적으로 까다롭고, 재개시(다시 염) 결정까지 시간도 많이 걸린다. 신고처럼 ‘지체 없이 조치’하지 않는 것.
싸이월드 권리보호센터 신고·처리 절차에 따라 게시자는 게시물에 임시조치가 취해진 날로부터 30일 안에 저작권리를 소명해 재개시를 요청할 수 있는데, ‘증빙서류’를 요구한다. ‘제3자가 보기에 이 글·영상 등은 게재하기에 충분하다’고 인정받으라는 얘기인데… 이건 얄궂다. 그 누구라 하더라도 남의 잔치에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하기가 어디 그리 쉽던가. 더구나 분쟁에 휘말릴 수 있는 일에 팔 걷고 나서 참견(증빙서류)해줄 만한 사람을 찾는 게 쉽지 않게 마련이다.
7월 25일 오후에 형태근 위원의 가리개에 덮인 7월 8일자<사람이 곱나 일이 곱지 (2) 형태근 ㉮>와 7월 23일자<사람이 곱나 일이 곱지 (2-1) 형태근 ㉯>에는 ‘재개시 요청’을 하지 않았다. 권리침해 신고로부터 임시조치, 재개시 요청, 재개시, 분쟁조정 등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알아보느라 시간을 들였고…… 결정적으로 게을렀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재개시 요청 기한’이라는 건 없고, 다만 ‘임시조치를 하는 기간을 30일 이내로 한다’는 규정(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 제4항)만 있다.
특히 ‘임시조치’라는 것은 말 그대로 ‘임시’여서 ‘잠시 동안’ 조치를 취한 뒤에는 애초대로 되돌려놓거나 없애거나… 뭐, 그래야할 것이나, 따로 정한 바가 없다. 그래서 애초대로 복원하든 삭제하든, 그냥 임시조치상태로 두든, 인터넷서비스사업자가 편한 대로 하면 된다. 음… 허술하다기보다 ‘인터넷’을 두고 뭘 어찌할 바를 모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어찌됐든 나는 법과 싸이월드가 정한 바에 따라 형태근 위원이 9월 1일에 권리침해 신고를 한 8월 31일자<사람이 곱나 일이 곱지 (2-2) 형태근 ㉰>의 가리개를 걷어내기 위해 ‘증빙서류’를 갖춰 소명했고, 9월 7일 글이 되살아났다.

 

#3 싸이월드의 자율규제

희망의 싹이다. 그러나… 누리꾼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단체’는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4(자율규제)에 따라 이용자(누리꾼)를 보호하고 안전하며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 행동강령을 정해 시행할 수 있다. 이런 단체로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가 있고, 다음커뮤니케이션·야후코리아·SK커뮤니케이션즈·NHN·KTH·하나로드림이 회원사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 정책위원회의 제2호 정책결정(6월 29일)을 들여다보니, 명예훼손성 게시물의 삭제·임시조치 등에 관한 원칙이 담겼다.
눈길이 머무는 곳은 ‘처리의 제한’이다. 즉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는 명예훼손 관련 임시조치 요청의 주체가 아닌 것으로 간주하기로 했다. 다만, 그러한 단체의 장이나 구성원 개인은 명예훼손 관련 임시조치를 요청할 수 있게 했다. 또 임시조치를 요청하는 자가 ‘정무직 공무원’ 등 공인인 경우에는 자신의 공적 업무와 관련된 내용은 ‘명백히 허위사실이 아닌 한’ 명예훼손 관련 임시조치의 대상이 아닌 것으로 간주한다고 명시했다.
이러한 임시조치 ‘처리의 제한’과 관련해 당사자가 이의를 제기하거나 회원사가 스스로 판단하기가 어려울 경우에는 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에 상정해 결정하기로 정했다.
인터넷서비스사업자는 자기 마당(인터넷 사이트)에서 일어나는 누리꾼 간 다툼(분쟁)으로부터 살짝 비켜나는 게 매우 중요할 것이다. 즉 법적 책임을 회피하는 데 매달릴 개연성이 크다. 신고·소명·재개시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인터넷서비스사업자가 취하는 모든 행위의 판단 근거가 ‘자의적’일 수 있다는 점도 큰 한계다.
9월 7일, 싸이월드 권리보호센터는 내게…… ‘항상 회원님 편에서 회원님의 권리를 보호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알려왔다.
<글, 이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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