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 피난

2009.09.09. 18:37 ㅡ 가을

eunyongyi 2020. 6. 29. 01:08

가을…….

지난 8일(화) 밤 열 시께 시내버스에서 김해수씨가 짓고, 그의 딸 김진주씨가 엮은 ‘아버지의 라디오’를 읽으며 키득거리다가… 한두 정거장을 지나쳤다. 줄곧 지하철을 타다가 시내버스를 탄 게 설더니 몇 정거장을 그냥 지나치고 만 거다.
특히 그 시간에 염창동에서 즐겁게 소주·맥주 몇 잔 하고 버스를 탄 건 정말 생소했다.
터덜 터덜, 집을 향해 걷다가 ‘마곡역’에 닿았고, 술이 방광을 채워 화장실에 가려는데… 역 입구에 이 녀석이 떡 하니 앉아 있었다.
처음엔 녀석이 놀라 달아날까봐 멀리서 조심스럽게 찍었다.

화장실에서 역 입구로 다시 갔는데, 녀석이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내 입가로 미소 번지고. 손전화 카메라를 조금씩 가까이 들이대며 더 찍었다.

녀석, 달아날 생각이 전혀 없다. (^ ^) 더듬이에 카메라가 닿기도 했다. 더듬이를 슬슬 흔드는 걸 보니 겁을 먹어 몸이 굳은 것도 아니었다. 카메라 들이대는 내게 ‘어이, 친구, 빨리 집에나 가시지 거 왜 귀찮게 하는 거야’라는 듯 살짝 자세를 틀더니…….

푸드득, 내 어깨를 살짝 치고 날아가는 녀석.
하, 가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