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준 지음. 도도 펴냄. 2014년 칠월.
왈강왈강. 설거지하다가. ‘이건… 얜, 뭐지’ 싶은 그릇 하나. 접시. 납작했으니까. ‘얠…’ 언제부터였나. 거품 묻혀 씻어 내곤 한 거. 2004년. 밑바닥에 그리 쓰였네. 음. 알파벳 큰 거 하나에 작은 거 둘. 그릇 구운 사람 이름인 성싶고. 윽. 비싼 건가. 설마. 놓아두고 바라만 봐야 하는 것 따윈 아닐 텐데. 라며 웃었어. 고구마 감자 달걀 삶은 돼지고기 김치 귤 떡 걸게 담아내곤 했으니까. 아까 보니 오늘은 고구마 담겼네. 키드득.
지은이 덕에 설거지하던 그릇을 뒤집어 봤다. 도자기에 깜깜한 내가 접시에 눈길을 주다니. 그걸 두고 이것저것 되짚어 보기도 하고.
불쑥 생각 내미는 책 있지. 하물며 지은이 땀을 조금 아는 바에야. 무거운 몸 움직여 사진에 느낌 묻혀 찍어 내는 걸 보기도 했고. 도자기에 깜깜한 데다 마음 끌릴 까닭도 없어 ‘지은이를 아니까 한 권쯤 사 읽어 봐야겠지’ 하는 ― 빚이라도 진 듯한 — 마음에 밀려 이제야 봤네. 책 나온 지 2년 6개월 만에. 좀 죄송한데. 그렇긴 한데 나는 버릇없게도 아랑곳 여기지 않은 채 “즐거이 잘 봤습니다.”
타일(tile)을 두고 짧게 말씀해 주신 적도 있는데 그걸 도로 생각해 낼 수 없어 ‘아이고, 내가 귀 밖으로 들었나 보네’ 싶어 “뉘우쳤어요.” “더 좋은 사진 더 많은 얘기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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