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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F코드 이야기

eunyongyi 2020. 10. 24. 22:26

이하늬 지음. 심심 펴냄. 2020년 10월 15일 초판 1쇄.

 

 최소 3개월 동안 매일 약을 먹어야 한다고? 나는 그렇게 장기간 약을 먹어 본 적이 없었다(37쪽).

 

 내가 쓴 기사가 제일 좋다는 말을 들은 날이면 그냥 하는 말이겠지 하면서도 어린 시절처럼 종일 그 말을 만지작거렸다.······중략······나는 10분마다 내 기사를 열어 보고 댓글이 몇 개나 달렸는지, ‘좋아요’는 몇 개나 되는지 확인했다(109쪽).

 

 나는 범불안장애다. 별것 아닌 일을 걱정하며 불안해하고 이런 불안 중 일부가 지속되면서 불안이 심해지는 것이 특징이다(111쪽).

 

 나는 불안에 잡혀 사는 사람이었다. 불안을 다루는 방법은 물론 불안을 다룰 수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중략······상담을 하며 걱정과 불안 보따리를 줄줄이 풀어놓자 선생님은 불안도 다룰 수 있다며 ‘잠시 멈추기’를 제안했다. 불안한 생각이나 불안을 유발하는 행위를 ‘잠시’ 멈추는 것이다(113쪽).

 

우리가 상상하고 걱정하는 만큼의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불안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116쪽).

 

일주일, 한 달, 두 달이 지났다. 그릇이 쌓인 싱크대에서는 퀴퀴한 냄새가 났다. 방에는 빨지 않은 옷가지와 쓰레기가 함께 굴러다녔다. 두 달 동안 세탁기를 돌리지 않자 갈아입을 옷이 동났다. 그는 굴러다니는 옷들 중 그나마 깨끗해 보이는 옷을 입고 집을 나섰다. 취업 스터디에 가기 위해서다. 지훈의 방과 속은 곪아 갔지만 외부에서 보기에 지훈은 별문제가 없었다(168쪽).

 

 어떤 반응을 원하느냐고? 나는 ‘별 반응 없는 반응’이 편하다. 아빠와 동생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내가 우울하거나 우울하지 않거나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내 감정에 따라 자신의 감정이 좌우되지 않는 것이다(204쪽).

 

 나는 그럭저럭 살고 있다. 아무리 약을 잘 복용하고 심리치료를 받아도 주변 사람들의 이런 다정함이 없었다면 그럭저럭이 아니라 엉망진창으로 살고 있었을 것이다. 귀여움이 세상을 구한다고들 한다. 맞다. 그리고 덧붙이고 싶다. 다정함이 세상을 구한다(208쪽).

 

 PT 선생님이 하는 말이 죄다 마음에 안 들었다. 자기가 뭔데 나한테 명령이야. 왜 간섭이야.······중략······그래, 나는 누가 강압적으로 시키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었지. 돈 날리고 깨달았다(257쪽).

 

 나는 “나아진 것 같다”, “얼굴이 좋아졌다”는 사람들의 말을 믿지 않는다. ‘당신이 뭘 알아?’라는 생각부터 든다.믿지 않기에 그 말은 내가 나아졌다는 증거로 작용하지 않는다(276쪽).

 

 내 곁에 남은 이들이 내 우울증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는 모른다. 비슷한 병을 앓고 있어 ‘동병상련’의 마음일 수 있고 정반대로 우울증 같은 건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일 수도 있다. 한때는 사람들이 왜 아직 내 옆에 있는지 궁금했다. 이제 이유 따위는 궁금하지 않다. 그냥 손 닿을 거리에 누군가 있는 게 고맙고 그래서 내 몫을 다하고 싶다(2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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