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민 지음. 900KM 펴냄. 2018년 8월 1일 초판 1쇄.
다미안: 부모님은 여전히 내가 부모님 소속이고, 결혼하면서 우리 소속으로 이 사람을 끌어왔다고 생각하시는 거 같아요. ‘보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건, ‘이제 이 사람은 당신 집안 사람이 아니고 우리 집안 사람이에요’라는 뜻이잖아요. 물론 아버지는 별 뜻 없이 의례적으로 한 말이셨겠지만 저는 그게 결례라고 생각했어요. 게다가 저는 저조차도 부모님에게 속해 있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냥 거기 ‘출신’인 것뿐이죠(54쪽).
에바: 그래도 사실 쉬는 게 쉬는 게 아니에요. 물론 다미안 집이 그렇게 불편한 집도 아니고 뭔가 시키지도 않으시는데 이상하게 그런 거 있잖아요. 아무 말도 안 했지만 뭔가 해야 될 거 같고 가만히 있으면 이상하고(57쪽).
다미안: 그 어떤 형태의 가족이라도 그게 아무렇지도 않은 사회인 게 더 좋다고 생각해요. 지금처럼 특정한 형태의 가족만 인정해 주는 것 말고, 그 형태에서 벗어나 있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나고 인정받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60쪽).
은미: 돌아가면서 해야 둘 다 우리 살림을 잘 알게 되고, 혹시 서로가 없을 때에도 같은 상태를 유지하면서 생활할 수 있는 거잖아요(78쪽).
은미: 시댁은······중략······며느리 왔으니 일하는 거 당연하게 생각하시죠. 저는 단순히 일한다는 자체보다도 그런 걸 너무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는 좀 별로인 것 같아요(84쪽).
은지: 뭐 시’댁’인데, 처’가’라고 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여자가 남자 쪽 호칭을 부를 때에는 다 존칭이잖아요. 도련님, 서방님 같은. 근데 남편이 처가 식구들을 부를 때에는 ‘처형’이나 ‘처제’ 같은 존칭이 아닌 걸로 되어 있죠(99쪽).
섭: 그러니까 육아라는 게 지속적으로 노동이 투여되어야 하는 것 같아요, 뭐든지. 애가 자는 것도 그냥 눕히면 자고 그런 게 아니거든요. 바로 안 자려고 하고 눕히면 일어나서 뛰어나가요. 그럼 잡아다 다시 눕혀야 되고, 옆에 붙어서 책도 읽어 줘야 되고, 노래도 불러 줘야 되고 별거 다 해 줘야 간신히 자죠. 그게 거의 한 시간이 걸려요. 또 아이는 자주 나가서 놀게 해 줘야 되잖아요. 그래서 틈 날 때마다 어딜 또 데려갈까 늘 고민이 되죠. 어디는 모기가 너무 많은데, 또 어디는 너무 추운데··· 그런 것까지 고려해야 하니까요. 나갈 때도 옷은 뭘 입혀야 되나, 뭘 챙겨야 하나. 모든 게 순간순간 다 노동이죠(136쪽).
섭: 남자가 육아를 하면 “아니 네가 그걸 왜 해야 돼?” 이렇게 보고, 여자가 일을 하면 “애는 안 보고 왜 여기 있어?” 그러는 거죠(150쪽).
마이쏭: 아이를 부모의 소유물이나 대리만족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으려고요. 지금이야 우리가 보살펴 줘야 하는 입장이지만, 자기 밥그릇에 숟가락 놓을 때가 되면 아이도 우리 가족 공동체의 엄연한 구성원이 된다고 생각해요(171쪽).
미나: 저희는 늘 오늘만 사는 것처럼 살자고 얘길 해요. 그게 미래를 대비하지 않고 흥청망청 살겠다는 게 아니라, 돈에 끌려가지 않고 마음이 이끄는 대로 살자는 거거든요. 그렇게 살다가 내일 갑자기 죽어도 잘살았다, 후회하는 거 없이 잘산 거 같다고 생각할 수 있으면 그것보다 좋은 삶이 있을까 생각해요(2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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