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책좋아요 ILikeBooks

여자들은 다른 장소를 살아간다

eunyongyi 2021. 1. 28. 16:33

류은숙 지음. 낮은산 펴냄. 2019년 9월 30일 처음 찍음.

 

기능적으로 향상된 제품은 부엌으로부터의 해방이 아니라 부엌에서의 더 세련된 노동을 기대한다. 더 나은 ‘질’을 보여야 하는 것이다(11쪽).

 

 부엌일은 이토록 필수적이고 귀중한데, 왜 사회적 기술이 아닌 것일까(21쪽)?

 

 시위를 하다 잡혀가면 경찰이 연행된 사람들 수를 셀 때, 여성들을 ‘꽃잎 몇 개’라 했다.······중략······광장에서 자주 부르는 노래 중에는 ‘딸들아 일어나라, 깨어라’, ‘두부처럼 잘리어진 어여쁜 너의 젖가슴’이라는 가사가 있었는데, 나 자신을 대상화하는 그런 노래를 주구장창 불렀다. 야만의 세월이라 지칭되던 시절, 공권력도 대항 권력도 광장에서 여성을 그렇게 대상화했다(63쪽).

 

 뉴스에 실릴 정도의 일은 아니지만 결코 사소하다곤 할 수 없는 일을 셀 수 없이 겪었다. 훤한 대낮에도 추행은 예비 없이 들이닥치곤 했다. 친구와 도란도란 얘기하며 걷다가 어느 한 편이 그런 일을 당하면 서로가 울 것 같은 표정으로 헤어지곤 했다. “괜찮아. 잊어 버려”라고 말하지만 잊을 수 없다는 걸 서로가 안다(77쪽).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는 ‘기계에서 튀어나온 신’이라는 뜻으로, 연극이나 문학작품에서 결말을 맺기 위해 뜬금없는 사건이나 인물이 출연하는 상황을 말한다(123쪽).

 

 가사노동이란 ‘집안일’이 아니라 모두에게 필수적인 ‘재생산노동’임을 존중하고 모두에게 그것이 적절하게 제공될 수 있도록 책임을 나눠 짊어져야 한다(151쪽).

 

 노동 건강에 관한 연구들에서 공통으로 지적하는 바는 ‘권한을 더 많이 가질 때 건강하다’는 것이다. 무력함과 복종을 요구받을수록 노동자들 건강도 나빠진다(153쪽).

 

불의한 권력보다 더 나쁜 건 무력함이라 했다. 무력한 다수의 침묵은 동조를 의미하게 되고, 그럼으로써 권력은 더 오만무도해진다(196, 197쪽).

'나책좋아요 ILikeBooks'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탈코르셋 ━ 도래한 상상  (0) 2021.02.06
제보자 X, 죄수와 검사  (0) 2021.02.05
침묵주의보  (0) 2021.01.28
  (0) 2021.01.26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0) 2021.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