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영 지음. 문학수첩 펴냄. 2018년 3월 19일 초판 1쇄.
인턴들은 이미 사건팀에서 기본적인 기사 작성 교육을 받은 터라 내가 교육할 부분은 많지 않았다. 특히 수연은 인턴답지 않게 처음부터 능숙하게 온라인으로 내보낼 만한 우라까이 기사를 작성해 선배 기자들의 감탄을 자아냈다(32쪽).
“막연한 욕심일지도 모르지만, 글로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존재가 되고 싶었어요. 글을 쓰는 일도 좋아하기도 하고요. 선배는 왜 기자가 되기로 결심하셨나요(37쪽)?”
“후배가 시간을 끌면 게으른 것이지만 선배가 시간을 끌면 치밀한 것이고, 후배가 아프면 꾀병이지만 선배가 아프면 전날 회사를 위해 과로한 것이 되는 게 이 바닥 인심이 아니더냐(49쪽).”
“기사를 잘 쓰는 기자는 있어도, 좋은 삶을 사는 기자는 없잖아. 조직은 월급을 주지만, 삶까지 주진 않아. 나는 진심으로 수습들이 이 바닥을 빨리 떠났으면 좋겠어(51쪽).”
“조직에서 비굴하게 처신하는 것도 능력이다. 국장이 하는 짓을 보면 역겹겠지. 나도 마찬가지야. 하지만 그 덕에 국장이 지금 국장 자리를 차지하게 된 거야(105쪽).”
최 팀장이 능글맞은 목소리로 비웃음을 흘렸다.
“손에 더러운 건 묻히긴 싫다는 말인가(225쪽)?”
악마는 공포만을 먹고 사는 게 아니었다. 죄책감도 악마의 주된 먹잇감이었다(226쪽).
내가 생각하는 용기는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가 아니라, 두려운 데도 불구하고 행동하는 자세다.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는 만용이다. 나는 대책 없이 포화 속으로 뛰어드는 군인이 용감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큰 용기 중 하나는 직장인이 사표를 제출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사표 제출은 앞으로 먹게 될 밥의 질을 가늠할 수 없게 만드는 행위이기 때문이다(2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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