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윤 지음. 위고 펴냄. 2020년 3월 15일 초판 1쇄. 2020년 3월 25일 초판 2쇄.
“부끄럽다면 최대한 빨리 그만두는 것이 좋다”지만 이 간단한 문장 하나 살아 내는 것도 쉽지 않았다(32쪽).
쉼보르스카 시인이 쓴 대로 “영리하고 재치 있는 데다가 부지런하기까지 한 것, 새로운 임무에 언제라도 적응할 채비를 갖추고 필요하다면 끈질기게 기다리는 것, 용감하게 미래를 응시하는 것”은 오로지 증오뿐이다(49쪽).
“돈 좀 돼?” 빈 공간에 떠다니는 세 번째 에너지다. 뭐 좀 하려고 하면 묻는다. “그걸로 돈이 되겠어?” 이런 관점에서 보면 그동안 낸 나의 모든 책은 시장을 잘못 읽은 상품에 불과하다. 내 생각을 시장의 언어로만 인정받아야 하다니. 나는 그것을 조금도 원하지 않는다. 돈에만 관심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폄하하는 경향이 있다. 돈 때문에 정말 많은 성장 이야기들이 사라졌다. 돈이 안 되는 일을 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사회가 되어 가고 있다. 하지만 나는 돈이면 다 된다가 야기한 나쁜 결과를 수없이 알고 보았다. 한국 사회에 널린 수많은 죽음을 생각하면 돈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이 정도로 강도 높은 자본 중심 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굴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53쪽).
그러나 사랑과 꿈을 마음의 중심에 두는 것 말고 달리 어떻게 이 슬픈 세상에서 나의 삶이라 믿고 있는 지금 이 모습의 삶을, 이것이 유일하고 필연적인 모습이라고 가끔 축하도 하며 살 수 있을지, 무슨 다른 방법이 있을지 모르겠다(85쪽).
“당신의 꿈을 응원합니다!”라고 하지만 남의 꿈과 열정을 이용해서 자기 뱃속이나 채우는 사람이 너무 많다(87쪽).
거창하게 꿈을 이뤘다는 사람들의 결론도 ‘돈’이었다. 돈 혹은 건물 혹은 셀럽(94쪽).
우리 사회는 꿈을 너무 오래 말하는 사람을 억압한다. 너무 오래 열정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을 비난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길을 꿋꿋이 걸을수록 철부지 사춘기 미성숙한 소년쯤으로 여긴다(1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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