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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속의 과학기술

eunyongyi 2021. 2. 12. 17:45

윤정로 지음. 세창출판사 펴냄. 2016년 3월 17일 초판 1쇄.

 

 과학에서는 다른 과학자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 의해서 제시된 지식, 그리고 이미 공인을 받은 지식에 대해서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끊임없이 비판적인 태도를 취할 것이 요구된다(23쪽).

 

 결국, 라투르와 울가의 주장에 따르면 과학적 사실이 ‘바깥 어디엔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는 특성(out-there-ness)은 과학 활동의 원인(cause)이 아니라 결과(consequence)일 뿐이며, 과학적 사실은 그것을 존재하는 것으로 만들어 준 과학 활동을 둘러싼 사회적 실천의 네트워크(network of social practice)를 벗어날 수 없다(50, 51쪽).

 

 기술결정론이란 한마디로 독자적인 존재양식과 발전법칙을 가진 기술이 사회의 변화를 주도하며, 보다 극단적으로는 기술이 사회의 가장 중요하고 근본적인 결정 요인으로서 역사의 원동력으로 작용한다는 관념이다.······중략······기술과 사회의 관계에 있어서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만을 주목할 뿐 역으로 사회가 기술의 성격이나 발전에 미치는 영향은 부인하거나 무시함으로써, 양자 간의 관계를 쌍방적 상호작용이 아닌 일방적 인과관계로 파악한다(88, 89쪽).

 

 사회구성주의는 현대 사회에서 과학기술과 사회가 맺고 있는 역동적 관계를 파악하고자 한다. 과학기술과 사회 각기의 상대적 자율성을 인정하면서 양자 간의 유기적이고 쌍방향적 상호관계에 주목하고자 하는 것이다.······중략······기술은 결코 예정된 경로에 따라 발전하는 것이 아니며, 기술이 사회에 충격(impact)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기술 자체에 내재돼 있거나 일률적인 것이 아니라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요인 등 광범위한 ‘사회적’ 변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밝혔다(89쪽).

 

 남성다움과 여성다움은 선천적이거나 필연적인 것이 아니며,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의 남성다움은 서양 근대라는 특정한 사회적 맥락에서 형성된 하나의 이데올로기라는 것이다. 과학기술의 젠더화가 당연하거나 필연적인 것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형성된 것이라는 인식은 앞으로 역사적 상황에 따라 다시 변화될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102쪽).

 

 근대적 생물 분류체계를 정립한 린네(Carl von Linne, 1707 ~ 1778)는 동물 분류에서 인간과 고등 척추동물을 묶어 포유류(Mammalia)라는 명칭으로 분류했다. 이 명칭은 젖가슴 또는 젖꼭지를 의미하는 라틴어의 ‘mammae’에서 유래한 것이고, ‘mamma’는 보통 어린애들이 엄마를 부르는 말이다. 얼핏 고등 동물의 대표적 특징으로 여성의 젖가슴을 꼽아서 여성을 존중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다른 영장류 동물과 분리해 ‘인간’을 지칭하는 데 사용한 ‘Homo sapiens’라는 명칭은 ‘지혜를 갖춘 남자(man of wisdom)’를 의미한다. 요컨대, 인간과 짐승을 하나의 부류로 함께 묶는 데는 여성의 신체적 특징을 사용한 반면, 동물과 분리된 인간만의 특수성은 지능과 이성, 즉 전통적으로 남성적이라고 여겨진 특징을 사용해서 명명한 것이다(118, 119쪽).

 

 가사보조기술의 보급은 가사노동 시간이나 가사노동의 전통적인 성별 분업에 변화를 일으키지 않고 있으며, 가사노동 부담이 줄어드는 경우에 그 수혜자는 보통 남성이 된다. 여성의 가사노동 시간보다는 남성의 가사노동 시간이 훨씬 더 많이 감소되기 때문이다(171쪽).

 

 벡에 의하면,······중략······위험은 근대화 과정의 불가피한 결과물이며, 위험사회는 근대화의 실패가 아니라 성공의 소산인데, 과학기술이 바로 이런 근대화와 근대성(modernity)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210쪽).

 

 벡은 차별화된 정치 또는 정치의 해방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강력하고 독립적인 사법제도와 미디어가 존재해야 하고, 이런 배경 조건 하에서 전문가들과 조직 내부에 자기비판을 할 기회를 부여하며 이를 제도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음을 다음과 같이 역설한다. “의학이 의학에 대해 반대하고, 핵물리학이 핵물리학에 대해 반대하며, 정보기술이 정보기술에 대해 반대할 때, 시험관에서 배양되고 있는 미래에 대해서도 비로소 외부 세계에서 이해하고 평가할 수 있게 된다. 자기비판을 허용하는 것은 위험 요인이 아니라, 조만간 우리의 세계를 파괴할 수 있는 인간의 과오를 미리 찾아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길이다(212쪽).”

 

 과학기술 거버넌스······중략······현대 민주주의의 새로운 시민권으로서 ‘과학기술 시민권(scientific and technological citizenship)’······중략······예컨대, ‘과학기술에 대한 대중인식(public awareness)’에서 ‘시민 개입(citizen involvement)’으로, ‘소통(communication)’에서 ‘대화(dialogue)’로, ‘과학과 사회’에서 ‘사회 속의 과학(science in society)’으로 바뀌었다(249쪽).

 

 1967년 과학기술처 설립의 기반이 된 보고서를 보면, “과학기술을 최대한으로 도입해 최단 시일 내에 최대한의 경제효과”를 거두기 위해 과학기술 전담 행정 기관의 신설을 건의하고 있다(254쪽).

 

 마틸다 효과는 여성 과학자들이 생존 당시에 인정받지 못하고 무시됨으로써 역사적 기록에서도 이름이 사라지게 되는 현상을 지칭한다. 마틸다는 19세기 미국의 여성 참정권 운동가와 저술가로 왕성한 활동을 벌였지만 현재는 그 이름이 잊혀져 버린 마틸다 게이지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264쪽).

 

 드러커에 의하면, 신기술의 충격은 어느 누구의 상상력도 벗어나는 것이며, 종래의 기술에 대한 예측은 거의 모두 빗나갔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가장 큰 위험은 미래의 충격을 예측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서, 진정으로 중요한 임무, 즉 어떤 기술이 실용화돼 미치고 있는 실제의 충격에 대한 감시(monitoring)를 소홀히 하는 것이라고 한다(2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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